3차병원 응급실 찾은 시민들, 2차병원으로 발 돌려
2차병원, 의료인력과 의료기기 부족 현상 나와
"적극적으로 살려야 하는 환자들만 남기는 것 같아"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중증도 환자 수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3차병원에서 입원할 정도의 환자들이 2차병원으로 오는 경우들이 많아져 업무적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이맘때 인공호흡기가 모자라지 않았는데, 현재는 다 끌어다 쓰고 있다."
전공의 파업으로 3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진료가 크게 축소되면서 2차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중증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차병원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3차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80대 남성 김모씨는 보안요원의 제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이 온 가족에게 의지하며 병원을 방문한 김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씨의 가족이 "입원을 하러 왔다"며 응급실에 들어가려 했지만 보안요원은 "중증이 아니면 진료가 안된다. 원무과로 가시라"고 안내했다. 이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며 하소연을 했지만 보안요원은 휠체어를 가져다주며 "원무과를 통해 입원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들어간 환자는 구급차를 통해 이송된 경우였다. 그는 산소호흡기를 차고 의식이 없는 모습으로 응급진료센터에 들어갔다.
반면 2차병원으로 분류되는 종합병원 응급실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날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보안요원이 신분증을 확인하면 들여보내줬다.
70대 여성 이모씨는 기자에게 "가족들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선 진료 받기 힘들다면서 여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들어가자 응급의료센터 내부 대기실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최근 3차병원이라 불리우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을 받고 있다. 또 의료진 공백으로 '응급실 뺑뺑이' 상황도 잦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 부재로 중증 환자들 마저 2차병원으로 오거나 전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부족과 업무적 부담도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2차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6년차 간호사 신모씨는 "2차병원 중환자실은 3차병원에 비해 만성인, 장기화되는 환자들이 많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전공의 파업 이후로는 3차병원에서 입원할 정도의 중증 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해서, 2차병원에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가끔 돌렸던 투석기(CRRT)가 올해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모자란 수준"이라며 "지금 투석기 돌려야 하는 환자가 가면 바로 적용 가능하냐는 질문이 시도 때도 없이 오지만 '원내 투석기 모두 사용 중'이라는 답변을 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2차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최모씨는 '주로 어떤 환자들이 2차병원으로 전원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증 환자 중 DNR(심폐소생슬 금지동의서)을 작성한 환자들과 약물중독의 중증 환자가 많이 온다"면서 "3차병원에서 정말 적극적으로 살려야 하는 환자들만 남기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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