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4일 연금개혁 추진 계획 발표
'세대간 형평성 제고' 위해 인상 속도 차등
13% 인상까지 50대 4년, 20대는 16년 걸려
저소득 중장년 대책은 흐릿…'계층 형평' 지적
"가입 이력 짧은 사람은 특례 감면 조치 둬야"
[서울=뉴시스]구무서 정유선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면서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대는 1년에 0.25%포인트(p), 50대는 1.0%p씩 올리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크고 혜택은 적은 청년세대의 부담을 덜어 세대간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인데, 저소득 중장년층을 위한 대책은 흐릿해 이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가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 연금개혁 추진 계획엔 출생연도에 따라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할 때 50대 가입자는 매년 1.0%p씩 오른다. 40대는 이의 절반 수준인 0.5%p씩, 30대와 20대는 각각 0.33%p, 0.25%p씩 오른다.
가령 27세인 사람은 내년부터 보험료율 인상이 시작된다면 보험료율이 2025년 9.25%→ 2026년 9.5%→2027년 9.75%→2028년 10%와 같은 식으로 매년 0.25%p씩 오른다. 출생연도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30대가 돼도 인상률은 변함 없다.
이런 식으로 13%까지 인상되는 데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이 걸린다. 2040년이 되면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에 이르게 된다.
인상 속도 차등화 방안은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앞선 두 차례 개혁으로 명목소득대체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청년일수록 부담은 커지고 혜택은 적어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50대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9.6%, 20대는 12.9%로 계산된다.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50세는 평균 50.6%, 20세는 42.0%로 역시 격차가 크게 발생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는 것은 청년세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며 "인상 속도 차등으로 과거 저부담·고급여 체계에 따른 세대 간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고 청년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개편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는)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한 제도"라며 "정부는 나름 공정하게 설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안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중장년층의 사정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간 형평성은 높였지만 계층 간 형평성은 놓쳤다는 비판이다.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서 납부를 못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50대(20.0%)가 60세 이상(32.2%)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직장가입자와 다르게 보험료를 전부 내야 하는 자영업자 비중에서도 50대가 두 번째로 많았다.
이미 국민연금 최소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한 50대가 상당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50대 국민연금 가입자는 674만6238명이었는데 이 중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은 207만8798명이었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의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연금 대신 그동안 냈던 보험료에 약간의 이자를 덧붙여 반환 일시금으로 돌려받게 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령별 차별을 두는 이유가 중장년일수록 가입 기간이 꽤 될 것이라고 가정한 건데 그게 적용되지 않는 가입 이력이 짧은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겐 특례 감면이라는 보완조치가 있어야 연령별 내 가입 기간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기존 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방안을 보완책으로 거론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지역가입자 중 사업중단·실직·휴직 사유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납부를 재개할 시 보험료를 최대 12개월까지 지원하고 있다. 월 소득이 103만원 이하인 경우 월 보험료의 50%, 103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월 최대 4만6350원을 지원 받는다.
다만 지원대상이 협소하고 지원 기간 등이 짧아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부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조 장관은 "향후에는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해 경제적 사정으로 보험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입자들이 장기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ram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