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연금개혁 추진 계획' 심의·확정
자동조정장치 도입…인구·기금재정 연동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차등…형평성 제고
청년층 신뢰제고 위해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크레딧 둘째아이→첫째아이로 확대
보건복지부는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심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과거 낮은 부담에 비해 많이 받는 구조(저부담 고급여)로 세대 간 형평성을 저해하면서 청년들의 연급 수급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2007년 이후 연금개혁이 지체돼 재정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충분한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노후 생활을 더욱 든든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도 검토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기금수익률 1%p↑
정부는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의 비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지만,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한 이후 26년째 유지되고 있다.
명목소득대체율도 42%로 높인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소득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후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을 고려해 42% 수준으로 정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숙의토론회에 참석했던 시민 56%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을 선택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한 채 국회 임기가 종료된 바 있다.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2007년 연금개혁 후 소득대체율이 40%로 내려가는 중인데, 국민의 뜻이 소득 보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42%로 올리겠다는 취지"라며 "다른 측에서는 (소득대체율 42%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을 고민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기금수익률도 1%포인트(p) 이상 올린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기금 누적 수익률은 5.92%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도 1036조에 달한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은 4.5%였으나 이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우수 운용 인력 확보와 해외사무소 개설 등을 통해 기금 수익률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위험 자산 투자 비중도 58%에서 65%까지 올릴 계획이다.
복지부는 모수개혁과 기금수익률을 1%p 높이는 경우 현행 2056년인 기금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기금 소진 최대 2088년까지 늦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인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한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이나 수급 연령을 조정하는 장치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하고 있지만, 인구나 경제 상황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저출생·고령화 추세와 기금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하는 장치 도입을 논의한다.
복지부는 재정 위험도 등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도입 시점에 따라 기금 소진 연장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현재(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예상되는 2056년보다 32년 뒤인 2088년으로 늦춰진다. 기금 감소 시점보다 5년 전인 2049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2079년에,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2054년에 도입하면 2077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중장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연금 지급 명문화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 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한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50대 가입자는 내년부터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 높이는 방안이다. 13%까지 인상되는 데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이 걸린다. 2040년이 되면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 13%에 도달하는 셈이다.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는 청년층일수록 납입 기간이 길게 남아 있고 보험료 부담이 높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명목소득대체율도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 낮아진 상황에서 보험료율이 오르면 청년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혜택도 적어지는 점을 감안했다.
복지부는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세대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연금 지급 보장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연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고려했다.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미래세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급 보장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출산·군복무 크레딧 확대…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출산 또는 군 복무 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해당 기간 중 일부를 연금액 산정 시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크레딧도 확대한다.
현행 둘째아이부터인 출산 크레딧을 첫째아이부터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기존 6개월인 군 크레딧 인정 기간도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해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지역 가입자 부담을 완화한다. 현재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던 지역가입자가 납부를 재개할 경우 보험료를 최대 12개월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이 협소하고 지원기간이 짧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60세 미만인 의무가입 상한 연령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상향 조정 시 소득 공백 가능성 등을 감안해 고령자 계속 고용 여건 개선 등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저소득층 고령자들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 이하인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액도 올린다. 현재 33만4810원인 기초연금액을 2026년까지 소득이 적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40만원까지 올린 후 2027년에는 전체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생보) 생계급여가 깎이는 현행 제도도 개선한다. 현재는 생계급여를 받으시는 고령층이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 급여가 깎이는 한계가 있다.
복지부는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고령층에게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하고 이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한다. 가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과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촘촘한 노후 안전망 구축을 위해 개인연금 가입 촉진을 위한 교육 및 홍보도 강화하고 일시금이 아닌 연금 수령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세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정부는 연금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연금특위 등 논의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이번 개혁안이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국회가 조속히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등 논의구조를 통해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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