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중 전력사용량 많은 업종으로 변경
임대인은 불허한 뒤 임대차 계약 갱신
1심 "전력증설공사 동의절차 이행해야"
"업종변경 승인했고 요청 과도하지 않아"
경기 의정부시의 한 상가에서 지난 2020년 12월부터 컴퓨터용품점을 운영해 온 A씨. 그는 점포를 운영하던 중 2022년 8월부터는 아이스크림 판매업으로 업종을 변경한 뒤 냉장고 등을 갖춰 운영을 이어 나갔다.
A씨는 점포에 적용되는 계약전력인 5kW(킬로와트)로는 아이스크림 냉장고 등의 전력사용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업종 변경 전 임대인 B씨에게 계약전력증설공사에 대한 동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두 사람은 임대차 기간을 1년가량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씨가 임차한 점포는 통상 1000kWh(킬로와트시) 내외의 전력을 사용했지만, A씨가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운영한 이후 3개월 동안 3300kWh를 초과하는 등 전력사용량이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한국전력공사에 문의한 결과 초과전력사용이 지속될 경우 화재 발생 위험 등으로 단전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고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임대인인 B씨가 점포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계약전력을 8kW로 증설하는 계약전력증설공사 동의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은 임대차계약에 근거해 A씨의 전기증설공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전기증설공사를 하는 것은 계약 당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형태로 점포를 사용·수익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맞섰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태영)는 지난 6월26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기증설공사 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심은 B씨가 계약전력증설공사에 대한 동의 절차를 이행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는 업종 제한에 관한 기재가 없고 피고(B씨)는 원고(A씨)의 업종 변경 후 월 차임을 증액해 임대차 기간을 연장하는 합의를 했다"며 "결국 원고의 업종 변경을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이스크림 판매업의 경우 다른 영업에 비해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이 쉽게 예측가능하다"며 "피고는 전력증설공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의 업종 변경을 승인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점포에 대한 계약전력을 5kW에서 8kW로 증설하더라도 다른 점포의 임차인이나 소유자에게 전기요금이 증가하는 등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원고는 전력증설로 인한 각종 비용은 자신이 부담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한 바 원고의 요청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