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진정접수 대폭 줄어…송두환 위원장 "신뢰 저하 결과"

기사등록 2024/09/01 07:00:00 최종수정 2024/09/01 07:04:51

진정사건 접수 4864건에서 5361건으로 줄어

"인권위 기대, 신뢰가 저하된 결과" 지적도

마지막 전원위도 위원 절반이 보이콧·불참

[서울=뉴시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사건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인권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상임위원의 논란으로 인권위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두환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 참석해 "최근 몇 년 사이 진정사건 접수가 늘어왔던 추세에 비하면 (올해는) 감소 추세로 돌아가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며 "국민들로부터 우리 인권위에 대한 기대 또는 신뢰가 저하된 결과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강하게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권위가 공개한 '2024년 진정사건 처리 및 권고이행 현황 보고'에 따르면, 진정사건 접수 현황은 올해 6월 기준 48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61건보다 1204건 감소했다. 진정사건 처리도 6555건에서 5150건으로 497건 줄었다.

진정 접수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 위원들은 "인권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의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은 그간 막말·혐오 발언, 전원위원회 파행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송 위원장이 임기 내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전원위에도 상임·비상임위원 10명 중 절반이 전원위를 보이콧하며 불참했다.

인권위의 권리구제 건수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올해 6월 권리구제 건수는 508건으로 전년 동기 856건 대비 348건 감소했다. 침해 사건이 596건에서 292건으로, 차별 사건이 260건에서 216건으로 줄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권고율은 2배 이상 줄었다. 권고율은 지난해 340건이었으나, 올해 128건까지 급감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오른쪽), 이충상 인권위원이 지난 6월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송두환 위원장이 소위원회 의견정족수 안건을 묵살하고 의결을 회피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2024.06.26. mangusta@newsis.com
박진 사무총장은 "위원회 창립 이후로 권고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조사관들이 기존의 의견에 비춰 인용으로 올린 것들이 기각으로 의결돼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존의 결정도 토론과 협의를 통해 바뀔 수 있지만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논의돼야 한다.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위원들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비상임위원도 "위원들 각자의 기각·인용 의견이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결할 수 있는 소위원회 운영 방식이 됐으면 좋겠다"며 "진정인의 피해가 달려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침해 사건의 권고 및 징계권고 건수가 급감한 부분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위원은 "조사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음으로써 위원들이 충분한 심사를 하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 역시 "숫자 1로 표시되는 안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정말 절실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숫자 1을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송 위원장은 오는 3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인권위원장 후보자로는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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