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여성 대상화…종합적 범부처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최근 사진이나 영상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겹쳐서 실제처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합성기술인 '딥페이크'를 악용한 음란물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84개 여성단체가 "근본 원인은 구조적 성차별이고 해결은 성평등"이라며 보다 종합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29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피해가 대대적으로 드러나고서야 긴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정부를 보면 짙은 기시감이 든다"며 "2017년 디지털성범죄피해방지 정부종합대책, 2019년 웹하드카르텔 방지 대책, 2020년 'n번방' 방지법 이후에도 왜 우리 사회는 이 사태를 막지 못했느냐"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및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걸고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방지를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달라'고 했다"며, "디지털 성폭력 공모자들은 국가제도의 편협함과 방임에 기대어 대범하게 조직적으로 커져왔다.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 성차별이고 해결은 성평등으로, 윤 정부 정책 기조의 전면 수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피해 영상 삭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삭제지원의 안정화를 위한 성찰과 대책은 빠져있다"며 "피해 이미지에 가슴이나 성기 부위 노출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삭제지원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스무 명도 안 되는 삭제지원자 확충과 고용안정화도 시급하다"고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과 '핫라인' 개설은 방심위가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책임이 있는 방통위는 침묵하고 있다"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삭제 지원, 방통심의 심의와 피해구제는 사후책일 뿐이다. 디지털성범죄 생성과 유통 예방을 한번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찰은 향후 7개월 간 불법합성 성범죄물 특별 집중단속을 선포했는데, '텔레그램이라 잡기 어렵다', '탈퇴계정이라 잡기 어렵다', '우회IP라 잡기 어렵다', '가해자가 미성년자라서, 학생이라서 압수수색이 어렵다' 등 피해자들을 숱하게 좌절시키던 경찰의 태도가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편협한 법과 부처 장벽에 쪼개지지 않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여가부의 여성폭력 지원 및 방지 예산 복원 ▲경찰의 수사 강화 ▲방통위·방심위의 여성혐오 플랫폼 규제 ▲고용노동부의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 복원 ▲서울특별시의 성평등 도서 폐기 철회 ▲국회의 혐오표현 대책 및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소라넷, 웹하드카르텔, 텔레그램 성착취가 여성혐오 문제였다는 것을 외면했고 온라인 남성문화 개입에 실패해왔다"며 '온라인 남성문화' 개선에 나설 것을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축출되어야 할 것은 여성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뿌리깊은 남성문화"라며 "남성문화의 공모자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여성을 대상화하고 놀잇감으로 여겼다는 것, 친구-동료-가족-시민의 자리에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위치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 폭력의 핵심이다. 온라인 남성문화에 대항하는, 여성혐오 근절을 위한 행동이 전사회적으로 일어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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