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좌우되는 삼성·SK…"출구전략 필요" 지적도[엔비디아 호실적②]

기사등록 2024/08/29 11:07:42

엔비디아, 블랙웰 디자인 결함 인정

"출시 시기·수요에 국내업체, 공급 좌우"

커지는 '고객사 다변화' 필요성

[새너제이=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1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엔비디아 GTC'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4.03.19.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엔비디아가 올해 4분기부터 인공지능(AI) 슈퍼칩 '블랙웰' 양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블랙웰의 제품 결함 등 엔비디아가 악재에 휘말릴 때마다 국내 업체들의 매출도 휘청일 수 있는 만큼 고객사 다변화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5~7월) 매출 300억4000만 달러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예측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분기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AI 슈퍼칩인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블랙웰의 매출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당초 설계 결함으로 블랙웰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를 불식시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들과 엔비디아의 연대가 강화되면서 갈수록 커지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랙웰 등 AI 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을 준비 중이다. 양사는 블랙웰 시리즈 중 최고 성능을 갖춘 'GB200'에 들어갈 HBM 5세대 'HBM3E'의 물량 수주 경쟁을 앞둔 상태다.

전작인 8단 HBM3E을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는 12단 HBM3E 샘플을 엔비디아에 이미 공급했고, 오는 4분기 본격적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12단 HBM3E에 대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I 칩 제품 출시 시기와 시장의 수요 등에 따라 공급 계획도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미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이 공식화된 상태에서 설계 등 추가적인 결함 발생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엔비디아의 이번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거품설'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한 고객사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형성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에는 2~3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1년6개월 정도로 주기가 짧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고객사 다변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고객사인 AMD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비디아의 비중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망이 대부분 엔비디아와 엮여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엔비디아에 맞춰 HBM 등 차세대 칩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라며 "애플과 구글 등의 반(反) 엔비디아 움직임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사업장(위)과 SK하이닉스 사업장(아래). 2023.05.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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