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성회관 재위탁 안건 의결 안 되면 운영 중단 우려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잡음을 보이고 있는 경기 수원시의회가 제385회 임시회 첫날인 26일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독식을 규탄하는 피켓시위에 나서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위탁기간이 도래한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에 대한 재위탁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 이를 의결하지 못하면 기존에 수원도시공사가 위탁을 맡아왔던 강좌와 대관업무는 물론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간도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준숙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제385회 임시회 1차 본회의 개회에 앞서 본회의장 안에서 '시민의 뜻과 다른 다수당 배제 반대' '상식적인 원 구성 촉구'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 내용이 적혀있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항의시위를 진행했다.
유 대표는 이재식 의장이 의장석에 들어오자 그를 향해 "국민의힘 대표단과 단 한 번의 만남도 갖지 않으시고 의장실에 계시니 기분 좋으셨나"라며 "의장과 부의장의 역할이 무엇이냐. 의회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지 않게 하려면 의장직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본회의장에 출석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지금 17대 17로 양당의 의원 수가 동수인데도 불구하고 전체 상임위를 독식하고 계시는 의원님들 이래도 되는 거나"라며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이 의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같은 피켓시위를 멈춰줄 것을 요청하고, 곧바로 정해진 의사일정을 그대로 들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홍 의원이 이날 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에 참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자 외부에 함께 대기 중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시 입장해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시의회 기본조례 42조에서는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후 추천하고 본회의에서 의결로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역대 시의회 의원들이 지켜온 약속으로서 특정 정당과 의원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선배 의원들이 제정하고 지켜온 조례조차 무시하고 머릿수 논리로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난 7월 3일 제383회 임시회에서 민주당은 교섭단체 간 협의도 없이 5개 상임위원회와 3개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독단적으로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민주당의 파행은 시의회 역사상 전대미문 사건으로 의회정치에 역행하는 심각한 반민주주의 행태"라며 "전국 최대 기초의회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우리 의회가 조속한 시일 내에 그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반기 원구성 합의가 타결되기 전까지 이번 임시회가 끝나는 9월6일까지 열리는 상임위원회 활동에 모두 불참할 예정이다.
이처럼 시의회가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마찰을 겪으면서 조례안 및 안건 심의를 못하게 되자 집행부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공공위탁 재계약 동의안' 안건이다.
현재 시 가족여성회관은 수원도시공사가 공공위탁을 맡아 일본군 위안부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 11월30일 위탁기간이 만료된다. 이를 재위탁하려면 계약만료 60일 이전에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데 시의회 내 상임위가 열리지 않은 채 이번 임시회가 마무리되면 다음 회기(10월14~25일)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그 때는 시일이 넘어선 뒤다.
시 집행부는 이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가족여성회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2분기(6월)까지 가족여성회관에서 개설한 110개 강좌를 수강한 인원은 무려 1380명에 달한다. 회관 내 공간 대관업무 역시 못하게 된다. 같은 기간 총 82건의 대관을 통해 7200명이 회관을 이용했다.
가족여성회관 본관 옆에 위치한 별관에 조성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간인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도 운영을 중단될 수 있다.
이곳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이며 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용담 안점순 할머니의 생애와 경험을 공감하고 추모하는 곳으로, 2021년 9월 개관했다.
이뿐만 아니다. 가족여성회관 본관에 들어와 있는 입주단체 3곳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는 ▲아이사랑 놀이터 ▲소비자교육중앙회 수원시지회 ▲팔달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 입주기관 3곳이 들어와 있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 측은 해당 안건이 상임위에서 의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이를 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측에선 이를 무리하게 처리하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이번 회기 동안에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고용촉진 지원 조례안이나 체육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 등 민생법안 심의도 포함돼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의회 내부에서는 사실상 본격적인 후반기 의정활동에 들어가는 이번 임시회 시작부터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원구성 합의가 되기를 바라는 의원들도 다수 있는데,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강경하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해 협상이 쉽지 않게 흘러가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원만하게 원구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향으로 대화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