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민 "푸틴 만세" 외쳤다가 보위부 끌려가-RFA

기사등록 2024/08/24 06:36:55

러 지원한 버터 평생 처음 맛본 주민, 비판서 쓰고 풀려나

[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이재민 위로 등 현장점검에 나섰다고 관련 내용을 10일 보도했다. 북한이 수해민들에게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을 나눠줬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4.08.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 수해 지역에 러시아가 지원한 물자가 공급된 뒤 “푸틴 만세”를 외쳤던 북한 주민이 보위부에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다고 미 자유아시아 방송(RFA)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주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과 설탕, 버터, 식용유 등 수해 지원 물자가 수해 지역에 공급되면서 국가보위부가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섰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 “의주군 수재민들에게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가(4인 가족 기준 약 50~60킬로) 공급됐다”며 “러시아가 보내 준 지원 물자”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지원 물자가 “지난 10일부터 이틀 동안 화물열차 편으로 라선시의 두만강 역에 공급됐고 다시 기차로 각 수해 지역으로 운송된 것이라고 철도 간부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쌀과 밀가루를 제외한 일부 물자는 ‘8.15’에 맞춰 특별 공급 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8.15명절 물자’로 수해민 한 세대 당 콩기름 1kg과 버터 200g을 공급했는데 특별공급 물자 역시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들 속으로 퍼졌다”고 전했다.

버터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일반 주민들은 평생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소식통은 “물자를 공급받은 한 40대 여성 수해민이 임시 숙소 천막 안에서 ‘푸틴 만세다’라고 말한 것이 적발돼 의주군 보위부로 끌려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끌려간 여성이 보위부에서 비판서를 쓰고 하루 만에 나왔지만, 수해민들은 당국이 임시 숙소 안에 주민들을 감시하는 스파이를 심어 놨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서 지원해 준 수해 물자라고 특별히 설명하지 않았으나 “나눠주는 밀가루 자루에 러시아 글자가 쓰여 있어 러시아에서 온 것임을 모두 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수해민들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버터를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게 된 게 최고 존엄의 사랑이 아니라 러시아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홍수 피해 관련 위문 서한을 소개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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