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일 2시간 단축근로 가능
임신부, 추가근무 못해…고정 지급되던 수당 삭감 통보
"수당 성격 중요…실제 근로와 관계 없었다면 지급해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현재 임신 초기인 A씨는 임신기 단축근로제도 사용을 회사에 문의했다. 인사팀은 "사용이 가능하나 추가근무수당은 지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근로기준법상 임산부는 업무시간 외 야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은 A씨는 다소 억울하다. 평소 야근을 하든, 안 하든 늘 일정 추가근무수당이 포함된 같은 급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A씨는 "야근을 1시간도 안 하던 달에도 전액을 받았는데, 법에 있는 제도를 쓴다고 해서 왜 월급이 깎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가 초유의 저출생 상황에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육아휴직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이나 유연근무제 등에 관심을 갖는 직장인들이 많다.
임신기 단축근로제도는 근로기준법상 '법정임신기간', 즉 임신 12주(임신 3개월) 이내 또는 36주 이후(임신 9개월)인 여성근로자가 하루 2시간씩 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단축근로를 하더라도 임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만일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자가 허용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임금을 삭감할 수 없다.
A씨 사례로 돌아가보자. A씨는 회사로부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은 할 수 있으나, 추가근무수당은 지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렇다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선 '포괄임금제'는 정식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다.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 추가수당을 미리 정해 일정한 금액만큼 기본급과 함께 지급하는 것이다. 통상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은 근로자의 월 급여는 매달 같은 유형을 보인다. 이 때문에 야근을 잔뜩 시키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공짜야근'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원칙적으로 A씨는 기본급만 받게 되는 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임신 중의 여성에게 추가근무나 휴일근무를 근로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임신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측이 수당을 삭감하고 기본급만 지급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A씨의 사례로 살펴보면, A씨는 '야근을 안 하던 달에도 같은 수당을 받았다'고 했으니 임의적으로 추가근무수당을 삭감하는 것은 곧 임금삭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마다 계약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례마다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2018년 육아기 단축근로제도 사용 근로자의 시간외수당 지급과 관련한 민원에 대해 "실제 시간외근로 여부와는 관계 없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에도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면 시간외수당을 '포함'해 근로시간 비례로 급여를 산정해야 한다"며, "수당 전체를 제외한 임금만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에 지급할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고용부 관계자도 "수당 성격이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인지, 실제 근로에 대한 수당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포괄임금제 하에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수당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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