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2일차 마지막 연사로 장식
"트럼프, 별명과 군중 규모에 집착" 일갈
바이든에 "형제이자 친구…위대한 대통령"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아래 혼돈의 4년을 더 겪을 수 없다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2일차 마지막 연사로 나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킬 대통령은 해리스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78세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본인 문제에 대한 불평을 멈추질 못하고 유치한 별명, 미친 음모론, (유세장) 군중 규모에 집착하고 있다"며 "중산층 증세는 트럼프와 부자 친구들을 도울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관중들이 야유하자 "야유(boo)하지 말고 투표(vote)하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우린 허풍과 혼란의 4년을 더 겪을 필요가 없다"며 "우린 전에 그 영화를 본 적 있고, 보통 시퀄(속편)이 더 나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유머 섞어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새로운 장을 열고 더 나은 이야기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의 검사로서, 부통령으로서 업적을 나열하며 "해리스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는 "난 이 사람이 좋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그가 입고 있는 셔츠가 정치 컨설턴트에게 받은 게 아닌 옷장에서 꺼내 입은 옷이라는 점이 말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가 미국의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가 가치를 지킬 때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 독재자들은 대담해지고 우린 덜 안전해진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세계 경찰이 돼선 안 되지만, 선의의 힘이 될 순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언급했다. 오바마는 "바이든에게 부통령으로서 봉사해 달라고 부탁한 건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며 "우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형제가 됐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친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공감 능력과 품위, 회복력을 존경한다며 "역사는 바이든을 위험한 순간 민주주의를 지킨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횃불은 넘겨졌다. 우리가 믿는 미국을 위해 싸우는 건 이제 우리 몫이다"라며,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는 바이든이 당내 후보 사퇴 압박을 받는 동안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배후에서 사퇴를 종용했으며, 이에 바이든이 오바마에게 서운함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미셸 소개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는 "미셸 오바마 다음으로 연설하는 멍청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이날 위스콘신 유세로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투'에서 오바마 부부의 연설 일부를 봤다고 캠프 관계자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는 전날 시카고에서 해리스 캠프를 위한 영상을 녹화했으며, 마지막 달 유세 현장에도 직접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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