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나왔어요"…자영업자 울린 커플, 자작극 무려 130번

기사등록 2024/08/19 15:41:01 최종수정 2024/08/19 16:03:08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혜수 인턴 기자 = 부산 지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다고 반복적으로 속여 식비를 환불받은 20대 커플이 구속 송치됐다.

한 자영업자가 피해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자 같은 수법을 당했단 피해자들이 잇따르면서 이들 커플을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고 커플의 자작극으로 결론 났다.

19일 부산 연제경찰서는 배달 음식을 시킨 후 "실이 나왔다"며 여러 번 환불을 받은 20대 남녀 A씨와 B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부산의 음식점 업주 127명을 상대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서 먹은 뒤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으니 환불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수법으로 130여 차례에 걸쳐 310만원에 달하는 음식값을 환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음식에 반복적으로 이물질이 나온 이유는 이들이 음식에 실 등 이물질을 넣고 사진을 찍어 식당에서 실수한 것처럼 꾸몄기 때문이다.

 A씨와 B씨의 이런 행동은 올해 3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 3월 6일 자영업자 C씨는 "몇 개월 전 배달 전문 도시락 집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음식에 휴지가 들어있다고 해 환불을 해준 적 있다"며 "오늘 제가 하는 (다른) 가게에 실이 나왔다고 환불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와 (확인해 보니) 예전에 봤던 (프로필) 사진이랑 완전 일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이 나올 수가 없는데 실이라고 한다. 혹시 이런 분 아시냐"며 고객의 전화번호 일부를 언급했다.

그러자 C씨와 똑같은 일을 당했다는 한 자영업자가 고객의 주소까지 일부 말하며 "저도 두 번 당했다"고 했다.

자영업자 D씨는 3월11일 "손님이 이물질이 나왔다고 해서 환불해줬는데, 문자 내역을 보니 두 달 전에도 제가 다른 브랜드 운영할 때 이물질 나왔다고 연락했던 내역이 있었다"고 했다. 같은 수법을 당했다는 자영업자의 댓글에 "1월엔 나뭇가지, 이번엔 굵은 실이었다. 아무래도 상습범 같다"고 했다.

당시 대부분 피해 자영업자는 별점 테러 등을 우려해 사과한 후 즉각 환불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댓글에 모인 피해 자영업자들은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행각을 벌인 이가 여성 한 명이 남녀 커플이란 사실을 알아냈고 경찰에 신고했다.

의혹은 경찰 조사 결과 곧 사실이 됐다. 피해자는 모두 127명, 일반 식당부터 디저트, 카페, 야식 전문점 등 다양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봤다.

경찰은 "대부분 실을 이물질로 썼고 머리카락을 이용한 사례도 가끔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 등은 배달받은 음식을 어느 정도 먹은 뒤 이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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