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에 전기차 포비아 확산
KT·LGU+ 진출한 전기차 충전사업도 타격 예상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폭발 화재로 전기차를 기피하는 포비아(공포증)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사업 발굴을 위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통신사들도 고심이 커졌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 청라동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시설 안전성 강화 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전기차 화재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 달 초 전기차 안전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는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리튬 배터리에 한번 불이 붙으면 1000도 이상 올라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며, 차량 72대가 전소하고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증폭됐다. 전기차를 매물로 내놓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충전 시설이나 주차장 등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기피하는 전기차 님비(Not in my back yard·우리 뒷마당은 안 된다)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 및 충전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관련 산업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꼽혔던 충전소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시장은 과거 중소기업들이 이끌었으나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고 IT 기업들이 신규 진입하는 추세다.
통신업계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충전소 운영 시장에 진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월 말 자회사 홈앤서비스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사업을 GS차지비로 넘기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통신사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통신 인프라를 설치하고 유지, 보수 운영을 하는 통신사가 충전소 확대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통신 서비스나 요금제와 결합한 상품 출시도 용이하다.
충전 인프라 부족도 통신사들이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를 2025년 59만기, 2027년 85만기에 이어 2030년 123만기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통신사 가운데 전기차 충전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보급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EV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2027년까지 완속 충전시장에서 탑3 사업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설립한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 ‘LG유플러스 볼트업’을 출범시켰다. 양사는 각각 250억원을 출자해 총 500억원의 자본금을 조성했다.
LG유플러스 볼트업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1만개의 충전기에 더해 오피스빌딩·상업시설 등으로 인프라를 넓히고 있다. 여기서 확보한 고객 이용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모빌리티 1위 기업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에 충전기 위치를 비롯한 여러 정보를 연동하고 안정적인 통신 연결을 통해 충전 결제 과정에서 오류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분 교환에 합의한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자사 유휴 부지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KT 온디바이스 AIoT(인공지능 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전기차 중전기 관리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KT 자회사 스마트로는 여신협회 인증·등록을 완료한 오픈형 스마트 전기차 충전기를 출시했다.
더 나아가 KT는 전기버스 충전 솔루션도 진출했다. 지난 6월 말 KT는 전기차 충전기 서비스 업체 이브이파킹서비스(EVPS)와 전기버스 충전 종합 솔루션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AIoT 연계형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시장 확대를 위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개발 협력 등 고도화된 전기버스 충전기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통신사들은 당장 이번 화재 사태로 인한 전기차 충전 사업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측은 "볼트업의 모든 충전기는 재충전 방지 기능을 탑재했으며, 정부 안전규격 인증인 KC인증을 획득했다"라며 "볼트업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시 30~90%, 장기 주차 시 40~60%를 권장한다"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KT 역시 "큰 차질 없이 기존 추진 사업들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기차 포비아가 지속되면 결국 전기차 판매 및 보급이 축소되면서 충전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포비아로 전기차 매물이 2배 이상 늘었고 중고차 매매업자 조차 더 이상 전기차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다"라며 "충전사업자 역시 성장동력이었던 전기차 보급 확대가 막히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번 화재 사태가 전기차 충전사업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충전 회사도 영향을 받겠지만 도리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라며 "앞으로 통신 및 IT 기술이 접목된 고부가 가치의 전기차 충전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신사는 전기차 화재 시 통신설비 보호를 위한 안전 대책도 수립하고 있다. KT는 업무용 전기차량의 경우 지상 주차를 원칙으로 하고, 개인용 차량은 지상 주차장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 대비 소화기, 질식포, CCTV 등의 화재 초기 대응 시설을 보강하고 업무용 전기차의 안전운행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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