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14일 '택배 쉬는 날'로 지정
자체 물류망 갖춘 쿠팡·컬리 미동참
14일 '택배 쉬는 날'을 맞아 대다수 국내 택배 업체가 쉬는 가운데 쿠팡과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배송을 계속하면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택배업계와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택배량이 증가한 2020년 매년 8월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택배기사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주요 택배사들이 자체적으로 동참해왔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우체국소포 등은 광복절인 15일까지 이틀간 배송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쿠팡과 SSG닷컴,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택배 없는 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외부 택배사 위탁이 아닌 자자체 배송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택배업계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동참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쿠팡은 "'택배 쉬는 날'을 응원한다"면서도, 자신들은 택배 사업자가 아닌 '유사택배'라는 해괴한 주장을 하며 '택배 쉬는 날'과 사회적 합의까지 전부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소중한 성과인 택배없는 날과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고 있는 쿠팡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쿠팡은 지금이라도 택배 쉬는 날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동참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별도의 휴식시스템 구축해왔다"며 '격주 주5일 배송 제도'와 '의무 휴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직장인 김효빈(24)씨는 "우리나라는 택배가 엄청 빨리 오는 나라지 않냐. 이틀 휴일이 끝나고 시켜도 되는데 내가 사고 싶은 욕구를 앞세워 비난하는 건 택배기사들의 쉴 권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며 "신선식품이 배송되지 않아도 근처에 마트에 가서 사면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 조모(29)씨도 "우체국 집배원이나 택배기사가 무리하게 배달하다가 길에서 죽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는데 이렇게라도 강제로 하루 쉬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평소에 얼마나 못 쉬고 배달했으면 정부에서 강제로 하루를 지정했겠냐"고 했다.
택배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우승규(25)씨는 "쉴 떄 다 같이 쉬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건 굉장히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택배 일을 해보니 일할 사람은 없고 택배량은 엄청 많은데, 쉬는 날 없이 일하다 보면 결국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일 배송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단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 졸업생 이지민(24)씨는 "우리 집은 매일 컬리로 신선식품을 배달한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하루 정도 마트 다녀오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소상공인들은 하루 멈추는 것에 타격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직장인 강모(31)씨는 "저는 고향집에 어머니가 혼자 계셔서 물이나 휴지 같은 생필품을 주로 쿠팡으로 보낸다. 만약 생필품이 떨어졌는데 배송이 되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면 막막할 것"이라며 "택배기사 입장에선 쉬어야 하는 데 공감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배송되는 곳이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15일까지 택배 배송을 중단한 주요 택배사들은 16일부터 배송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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