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비상' 암 환자에도 못 줬다…"의사로서 자괴감"

기사등록 2024/08/14 10:12:54 최종수정 2024/08/14 10:17:31

"혈액암 환자 양성인데도 약 못 써"

"약 품절은 예측 실패…대비 했어야"

[서울=뉴시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소진돼 제때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DB) 2022.09.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코로나19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대학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에게도 코로나19 치료제를 투약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항바이러스제가 품절돼 혈액암 환자가 (코로나19) 양성이 나왔는데도 못 쓴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8일 코로나19 치료제가 품절됐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이후 질병관리청에서 긴급히 구매해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12일까지도 공급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김 교수는 "다행히 폐렴까지 가지 않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하는데 못 쓰는 상황에 자괴감이 들었다"며 "지금 항바이러스제가 품절된 건 예측 실패다. 이미 6월에 미국, 7월에 일본에서 KP.3 변이가 유행을 하면서 우리나라도 시기적으로 유행이 커질 상황이었고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수 감시가 아닌 표본 감시 중인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8월 1주 861명으로, 지난 2월 1주 875명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7월 1주 91명과 비교하면 9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KP.3 변이의 경우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60대의 경우 1000명 당 1명, 70대는 1000명당 2~3명, 80세 이상은 100명당 1명 정도로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단 오미크론 유행 이후인 지난 2022~2023년도 국내 코로나19 치명율은 0.1% 수준으로, 이 가운데 50세 미만은 0.01%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현재 사용되는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이 있는데 둘다 코로나19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 투약해야 한다.

질병청은 지난 8일 지영미 청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안전부와 관계 부처 합동으로 코로나19 유행 동향 및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치료제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치료제 공급 주기를 기존 주 1회에서 주 2회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시·도 주관하에 지역 내에서 수급 관리 물량을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공급하도록 했다. 정기 공급 물량이 도착하기 전에 치료제 부족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소재지의 보건소를 통해 수급 관리 물량을 추가 공급 받을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706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 중인데 응급실 방문 환자의 93.8% 중등증 이하 환자다. 단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중증화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직 질병청은 코로나190 위기 단계 격상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신 오는 10월부터 2024~2025 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9월 중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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