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규모 세수결손에도 총지출 감소 28조 그쳐
예정처 "추경 편성 대응 원칙…대체재원 별도 확보"
10년전 시정요구 있었던 방안…"추가 부담 초래"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에 대한 정부 대응이 10년 전에도 이미 시정요구를 받았던 방안을 되풀이했다는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방교부금·교부세 불용으로 지방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데다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지급해야 할 이자를 내지않아 갚아야할 돈이 더 불어났다는 것이다. 올해 2년 연속 세수결손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정부 결산 결과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총수입은 573조9000억원 수납됐는데 이는 예산 625조7000억원 대비 51조8000억원 과소 수납된 것이다. 각각 55조9000억원, 8조7000억원이 초과 수납됐던 2021∼2022회계연도와 달리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세수결손이 발생했음에도 총수입 감소 규모(51조8000억원) 대비 총지출 감소 규모는 28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총수입·총지출 산출 시 제외되는 외국환평형기금 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을 거쳐 일반회계에서 활용(9조6000억원)했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경우 세입경정, 지출계획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지 않고 지출을 절감하는 한편, 부족한 세수를 보전할 수 있는 대체 재원을 별도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세수결손에 대응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지출 절감을 위해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약 18조5658억원을 교부하지 않았다. 일반회계의 다른 회계·기금에 대한 전출금 6조2512억원을 불용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일반회계가 공자기금에 지급해야 하는 예수이자를 8조5787억원을 불용했다. 이외에도 예비비 미집행, 사업의 지출소요 조정 등에 따른 불용액이 7조7796억원 발생했다.
정부는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으로부터 예수한 금액 중 14조4000억원을 조기상환하고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예탁할 예정이었던 금액 중 5조5000억원을 예탁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자기금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공자기금은 이를 바탕으로 일반회계에 대한 예탁규모를 당초 계획한 45조8486억원 대비 9조5927억원 증액된 55조4413억원으로 확대했다. 그 외의 재원은 일반회계로부터 지급 받지 못한 이자수입 보전 등에 활용했다.
이 같은 정부 대응은 이미 10년 전인 2013~2014년 세수결손 당시 부작용이 우려돼 시정요구가 있었던 잘못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13년 정부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각각 2500억원 불용하는 방식으로 11조원의 세수결손에 대응하자 국회는 지방재정의 안정적 운용 등을 고려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예산액만큼 교부한 이후 차차년도까지 사후정산하도록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11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하자 일반회계의 공자기금 예수이자 7조8000억원 중 4조원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반회계의 지출을 절감했다.
그러나 국회는 2014회계연도 결산심사를 통해 세수부족에 대한 원칙적인 해결 방안은 세출 구조조정이며 예수이자 미지급으로 인해 2.548%의 가산이자가 적용돼 향후 재정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정을 요구했다.
김경호 예정처 예산분석실장은 "정부는 2023년에도 일반회계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수결손에 대응했으며 미지급분에 대해서는 3.792%의 가산이자가 적용될 예정"이라며 "결과적으로 정부는 국회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추가적 재정부담을 발생시킨 바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부가 외평기금의 재원을 활용해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는 과정에서 외화자산이라는 대응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성 채무가 대응자산이 없는 적자성 채무로 전환됐다.
김경호 실장은 "외환시장이 보이고 있는 높은 변동성,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외평기금의 재원 활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2024년 역시 세수결손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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