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였던 '배터리 실명제' 급물살에…K배터리 영향은

기사등록 2024/08/13 08:00:00 최종수정 2024/08/13 08:30:52

현대차 EV 13종 중 12대는 '국내산'

기아, BMW 동참에 정부도 '실명제' 추진 중

업계 반응 긍정적…"제조사 공개 시 경쟁 자신 있어"

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시장 침체는 우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오는 12일 전기차 화재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한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방안과 전기차 화재 진압 관련 소방 대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 초 범부처 차원의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2024.08.1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이례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대부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업체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0일 자사 홈페이지에 자사 전기차(제네시스 포함) 13종에 탑재하는 배터리 제조사를 전면 공개했다.

공개한 제조사 목록에 따르면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 2세대에만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그 외 나머지 12종에는 모두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사용했다.

차종별로 보면 구형 아이오닉, 1세대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은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아이오닉5, ST1, 포터 EV에는 SK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현대차는 향후에도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때마다 배터리 제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문의가 빗발치자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도 전날(12일)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지했으며, 수입차 업체인 BMW도 조만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가 '전기차 포비아' 확산을 막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를 밝히는 '배터리 실명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 공개 흐름이 업계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터리가 선택 기준으로 활용될 경우 가격은 높지만, 보다 안전성이 담보된 국산 배터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를 일으킨 전기차에 중국산 '파라시스 에너지'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과 관련해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에 긍정적인 인식도 생겼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배터리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보고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우리 제품을 고를 것이란 자신이 있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인식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국내 배터리사 제품이 탑재된 국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질 경우 결국 국내 배터리 3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소비자들이 구매 자체를 꺼리게 될 경우 시장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이번 사태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을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재 위험을 현저히 낮춘 배터리 개발이 시급하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는 액체 전해질이 사용되는데, 이를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이 돼야 양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높은 가격으로 실제 소비자가 구매할 수준으로 대중화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천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배터리가 원인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 자체는 조심스럽다"며 "시장 전체가 침체되면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마냥 호재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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