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평화기념식에서 "나가사키 및 히로시마에 초래된 참화를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신념 아래,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대처를 착실하게 진행시키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우리나라의 사명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핵군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단 심화와 러시아의 핵 위협 등 핵군축을 둘러싼 정세가 더욱 엄중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나가사키를 마지막 피폭지로'라고 세계에 강력히 호소하겠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길이 아무리 좁더라도 어려운 현실에서 이상으로의 길을 걷기 위해 우리나라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에서 기초가 되는 것이 국제적인 핵 군축·비확산 체제의 초석인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이라며 "세계가 핵무기 수 감소 추세가 역전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핵무기용 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FMCT) 추진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 시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핵보유국 등을 향해 핵무기 폐지를 위해 방향을 전환할 것을 호소했다.
스즈키 시장은 "피폭으로부터 79년, 우리 인류는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도적 규범을 지켜왔으나 실제로 전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상정한 핵무기 개발과 배치가 진행되는 등 핵전력 증강은 가속화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이 보이지 않고 중동에서의 무력분쟁 확대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지켜졌던 중요한 규범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위기적인 사태에 직면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위협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핵무기 폐지를 위해 크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 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진지하게 추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핵무기 금지 조약에 서명·비준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주요국은 대사 대신 영사나 공사 등으로 참석자의 '급'을 낮춰 사실상 집단 보이콧했다. 나가사키시가 주요 국가의 주일대사들을 기념식에 초청하면서 러시아, 벨라루스, 이스라엘 3국은 배제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스라엘의 주일대사가 초청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동일하게 취급한 것으로 불쾌하게 여겨 집단 보이콧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 일본을 제외한 G7의 주일대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식전은 나가사키시 주최 행사로 정부로서는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언급을 피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해서 앞으로도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대처를 쌓아 올려 국제사회의 대처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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