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 벤츠, 中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최근 청라동 아파트 화재 사고를 일으킨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EQE 350 모델로, 중국 파라시스 테크놀로지(중국명 푸넝커지·孚能科技)가 생산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라시스는 2009년 말 중국 장시성 간저우에 설립된 배터리 기업으로,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CATL·BYD 등과 달리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7일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라시스의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약 4100만 달러(한화 약 564억원)로 글로벌 업계 11위에 올라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6%, 출하량은 2.8GWh 정도다.
파라시스의 주요 고객사로는 벤츠 외에도 중국 완성차 업체인 광저우차, 둥펑차, 지리차 등이 있으며 터키의 전기차 업체 토그(TOGG)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지난 2018년 말 파라시스와 처음 계약을 맺었고, 2020년 파라시스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할 때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지분 일부도 확보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간저우에 연산 4GWh 규모 공장 한 곳을 보유하고, 직원 수도 약 2000명 정도인 작은 업체였지만 벤츠와 계약한 이후 글로벌 업체로 도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그룹이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파라시스 배터리를 선택한 것에 대해 "세계 최대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원하는 벤츠에게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는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라며 "파라시스가 LFP가 아닌 고성능 전기차에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를 만든다는 점이 벤츠와의 협력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화재 사고
하지만 파라시스의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벤츠 이전 파라시스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중국 베이징차는 지난 2021년 배터리 결함에 따른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뒤 파라시스와 결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중국 윈난성 쿤밍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청라동 사고와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벤츠 EQA 차량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은 것. 현장에 있던 경비원 등이 소화기로 진압을 시도했지만,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전소됐다.
해당 차량은 벤츠의 2023년형 EQA로 청라 사고 차량과 같은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 팩이 장착돼 있었다. 당국이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했지만, 차량 전소로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LFP 배터리에 이어 삼원계 배터리 공급을 늘리면서, 이를 탑재한 전기차도 증가 추세다. 중국산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지만, 기술력과 품질을 100% 믿을 수 없다는 우려가 따른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됐거나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중국계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수입차인 것으로 파악된다.
벤츠는 파라시스 이외에도 CATL의 NCM 811 배터리를 EQ 시리즈에 장착하고 있다. 미국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인 푸조 e-208도 CATL NCM 811 배터리를 사용 중이다. e-208은 지난 2021년 9월 노르웨이에서 충전 중 화재 사고가 발생해 배터리 결함이 원인일 수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포르쉐가 올해 안에 국내 출시 예정인 전기차 마칸 EV도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는 기존에 우리나라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으나, 마칸 EV부터는 CATL의 NCM 배터리도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침체하면서 가격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며 "결국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찾는 업체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안정성이 부족하다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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