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검색·법률 상담 등 서비스 출시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 빠르게 성장 중
"서비스 위법 아냐" vs "변호사법 위반"
법조계 "'일도양단' 아닌 구체적 지침 필요"
8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9000여개, 누적 투자 규모는 157억 달러에 달한다.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2027년 약 35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 로앤컴퍼니의 로톡을 시작으로 리걸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앤굿은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변호사를 검색해 간단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 AI를 이용해 판례를 검색할 수 있는 엘박스, 케이스노트 등의 리걸테크 서비스들도 있다.
로펌도 리걸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 3월 국내 로펌 최초로 AI 법률 질의응답 서비스인 'AI대륙아주'를 출시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축적한 법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걸테크 기업인 넥서스AI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한 서비스다.
대륙아주는 해당 서비스가 AI 학습에 사용된 법률 데이터를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직접 만들고 검수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고 번거로운 절차 없이 사이트 방문만으로 간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변협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가 변호사를 조력하는 도구로 내부에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AI가 직접 의뢰인을 상대해 이익을 창출하는 일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특성상 안정성과 부작용 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륙아주는 서비스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는 변협의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대륙아주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일본이나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며 "변협의 요구가 합당하다면 수용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지만 서비스 제공 자체를 중단하라는 강경한 입장이라서 타협의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정부는 리걸테크 서비스 지원 사업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최근 142억원을 지원하는 'AI 법률 보조 서비스 확산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원사업에는 법무법인 세종·화우·린 등 국내 로펌들이 리걸테크 기업들과 함께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리걸테크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리걸테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협의를 통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법무부가 법률 AI 사업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정 부분이 기술에 의해 대체되거나 보충하는 것은 불가피한 변화 방향"이라면서도 "반대로 법률 영역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정밀한 판단이 필요하고 기술의 부정확함으로 인해 국민들이 소송에서 지면 그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런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양쪽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고 전문가들이 케이스를 가지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고 '일도양단'의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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