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韓서 전공정 후 美서 완제품 생산 체계 구축
美 인건비·물류비 등 원가 높지만…빅테크 고객 협력 기회
예상 웃도는 보조금…최태원 "AI 거인 보폭 맞춰 뛰어야"
최근 AI 산업을 둘러싸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거품론'이 제기된 상황이지만,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반도체 산업은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첫 보조금을 받은 만큼, 추가 투자가 나올 지 여부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를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공장 건설 부지로 정하고, 이곳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생산기지는 AI 반도체용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차세대 제품 생산을 위한 첨단 패키징(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이다.
패키징은 말 그대로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을 뜻하는데, 최근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칩을 연결해 제품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쓴 AI 반도체의 발열 문제와 공정 난도가 높아 수율 관리가 어려운 HBM의 원가 절감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의 팹(공장) 설계와 양산 시스템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착공 이후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는 한국에서 회로를 그리는 전(前) 공정을 마친 HBM 웨이퍼를 이곳에 가져와 완제품을 생산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 M15X, 경기 용인 클러스터 등에 HBM 생산능력을 확장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이번 인디애나 공장은 SK하이닉스의 첫 해외 HBM 생산기지로,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느냐 관심사다.
HBM은 최근 AI 산업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업체 간 설비 투자가 늘면서 고객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미국 시장은 국내보다 인건비, 물류비, 설비투자 같은 비용이 높아 SK하이닉스의 이 공장 운영 전략이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북미 현지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활발한 개발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장 인근 퍼듀(Purdue) 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함께 반도체 연구·개발에 나서고, 글로벌 기업과의 R&D(연구개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한다.
◆추가 투자 나올까…최태원 "빅테크, 보폭 맞춰 뛰어야"
추가 투자 여부도 관심거리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받게 된 직접 보조금(4억5000만달러)와 대출 지원(5억 달러)를 합치면 9억5000만달러로, 전체 투자액 24.5%에 달한다.
지난달 미국 후공정 업체 앰코테크놀로지가 20억달러(2조8000억원) 투자에 대해 20%(4억달러)를 받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지원 규모가 더 크다. 이 보조금이 예상보다 늘어난 이상 미 정부의 추가 투자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시장은 HBM을 AI 반도체용 메모리로 낙점함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높은 지역이면서 동시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AI 가속기 개발이 활발하다. 당장 고성능 AI 반도체용 메모리 시장에서 HBM 대안을 찾기 어려워 HBM 수요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픈AI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난 것도 현지에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은 출장 중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들 CEO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AI 반도체 최전방의 거인들"이라 소개하며 "이들이 엄청난 힘과 속도로 세상을 흔들 때 우리도 백 보 천 보 보폭을 맞춰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