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메모리공급-생산' 美 생태계 구축 기대감
SK·TSMC, 美 공장 통한 HBM 생산체인 이뤄지나
"美 빅테크 고객사 유치 속도 낼지 관건"
SK하이닉스는 미국 공장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데, 현지에서 '설계(엔비디아)-HBM 공급(SK하이닉스)-생산(TSMC)'의 생태계가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첨단패키징 생산 공장에 총 9억5000만 달러(1조3000억원)를 지원한다는 예비거래각서(PMT)에 서명했다.
SK하이닉스가 받을 직접 보조금은 4억5000만 달러(6200억원)이며 대출은 5억 달러(6900억원)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미국 투자액(38억7000만 달러) 대비 직접 보조금 비중은 11.6%로 대만 TSMC(10.2%)와 인텔(8.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 결정에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주 공장 건립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엔비디아-TSMC'와의 기술·생산 협력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HBM 6세대·7세대 제품인 'HBM4'와 'HBM4E' 등을 생산한다. 양산은 오는 2028년부터 이뤄진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협력을 진행 중인 TSMC도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아 현재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2·3나노 이상의 첨단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까지는 직접 베이스다이를 만들었는데 6세대 HBM4부터는 구조가 달라져 파운드리 업체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TSMC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베이스다이는 HBM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HBM을 콘트롤 한다.
SK하이닉스 인디애나주 공장과 TSMC 애리조나주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차세대 HBM 생산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직접 이뤄지는 것이다.
TSMC는 SK하이닉스의 HBM을 받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패키징해 최종 AI 가속기 제품을 만든다. 최종 고객사인 엔비디아는 AI 가속기의 전반적인 설계를 맡고 있는데, SK하이닉스 및 TSMC와 HBM 설계 작업도 함께 할 공산이 크다.
엔비디아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 협력 논의를 더 밀접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도 HBM 협력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TSMC와의 삼각동맹을 기반으로 미국 빅테크 고객사들을 유치해 HBM 시장 영향력을 공고히 할 지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AI 반도체 생태계가 꾸려지면 설계·생산 절차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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