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질 액체→고체로 화재 위험 줄여
2027년 삼성SDI 양산, LG엔솔·SK온은 2030년
전세계 특허 절반은 日…우리 정부도 육성 필요
7일 국토교통부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gy·이하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시스는 중국 10위의 배터리 업체로 해당 차량 모델에는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과 파라시스 제품이 병행 탑재된다. 이번 화재 차량의 배터리는 파라시스 NCM(니켈·코발트·망간) 811 모델로, 니켈 비중이 80%에 달해 화재 방지 등이 중요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탑재된 배터리의 내부 단락(短絡)이 지목되고 있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액체 전해질이 말라 양극과 음극 사이에 단락이 발생해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화재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폭발 위험을 대폭 줄인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제품이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물질로 통상 액체 형태다. 그러나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분리막을 뚫고 액체 전해질이 새어나올 경우 발화의 위험성이 크다. 이를 고체로 대체할 경우 배터리 폭발과 화재 위험성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양산 목표를 잡은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현재 5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에 나섰다.
고주영 삼성SDI 중대형상품기획팀장(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 세미나에서 "지난해와 올해 초 고객사에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급했다"며 "현재 피드백을 받고 있는 단계인데 고객들의 평가가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연구 중으로 오는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한다. 개발을 지속해 오는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값싼 원료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안전성, 성능까지 끌어올린 제품이다.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하나, 기술 장벽이 그만큼 높아 고분자계와 비교했을 때 더 오랜 개발 과정이 소요된다.
후발주자로 여겨지는 SK온도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중국 국가지적재산권국(NCIPA)에 따르면 SK온은 지난달 2일 '전고체 전지를 위한 복합음극과 복합양극의 제조방법과 이를 포함하는 전고체 전지'라는 제목의 특허를 출원하고 승인받았다.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면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의 절반을 보유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 개발에 민간과 함께 5조6000억엔(약 54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향후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관련 시장 선점을 두고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전고체 배터리 산업 선점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는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