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7억명이 인터넷 접속조차 못해…맞춤형 기술·정책 지원 필요"
한국인 최초 부총재 선임 의의…"韓의 디지털 역량·선진국 도약 경험 덕"
한국인 최초로 세계은행(WB) 최고위급에 선임된 김상부 세계은행 디지털전환 부총재 내정자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재는 이번에 세계은행에서 신설된 디지털전환 부총재직의 역할을 두고 "디지털 자체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경제·교육·금융·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혁신을 이룰 수 있게 하고, 저개발국들이 좀더 빠르게 중위·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재는 현재 전세계에서 27억명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소득 국가의 경우 인터넷이 가능하다 해도 약 5% 인구만이 10Mbps(초당 1.25MB) 수준의 속도를 쓸 수 있고, 나머지 95%는 그 조차도 안될 정도로 느린 속도로 접속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런 모든 것들이 많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 접어들며 저소득 국가들도 AI 혜택을 어떻게 누리게 할 것인가 등이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라며 "저소득 국가들도 AI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총재는 저소득 국가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인프라 등이 개발·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진국에서 운영 가능한 '풀 스펙' 수준의 AI 기술이나 데이터센터를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운 만큼 맞춤형 데이터센터·디바이스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부총재는 "조금이라도 저소득 국가들이 소외되지 않고 AI 혜택을 누리려면 그에 맞는 기술과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다양한 금융·재정 지원을 통해 저소득 국가들이 빠르게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는 이른바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중위 국가·저소득 국가의 디지털·경제 개발을 위해 세계은행이 적극적인 금융 원조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 부총재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은행 최고위직에 선임된 의의에 대해서는 그간 우리 정부가 이뤄온 디지털 전환의 노하우, 노력 등이 높게 평가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를 두고는 "부총재직으로서 여러 국가 정부·기업들과 협력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이 중요한건 우리나라가 많은 디지털 개발의 경험·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고, 제가 한국인으로 부총재 선정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우리 정부와 기업이 구축해왔던 전자정부·디지털 데이터센터 구축·AI 등의 여러 노하우와 노력들이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험을 가진 나라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 부총재에 따르면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1990년대 1인당 국민 소득이 1000~4500달러 수준의 중위권 국가 142개국 중 현재 1만달러 초중반대 이상으로 성장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34개국 뿐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선진국 도약의 대표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김 부총재는 "제 개인적으로 봐도 조부모·부친께서 6·25 전쟁 때 북에서 내려오셨고, 저희 가족과 나라가 빈곤에서 더 풍요로워지는 길로 나아온 걸 봐왔다"며 "그만큼 이 자리가 영광스럽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인류들이 혜택을 나누고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총재는 오는 9월3일부터 세계은행 부총재직 업무를 공식 시작하게 된다. 임기의 경우 중장기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년 이상 보장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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