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은 신점·타로뿐"…청년세대, 불안한 미래에 '점술 신드롬'

기사등록 2024/08/05 15:05:50

이직·취업·연애, '모든 게 막막'…"위안 필요"

"스스로 기댈 곳 찾은 것…놀이문화의 일종"

개인정보 유출, '과잉일반화' 오류 주의 필요

[서울=뉴시스] 심리 상담을 받듯 신점이나 사주, 타로를 찾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점을 보는 행위는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오랜 사회적 인식과 달리 젊은 세대도 취업·이직·연애·결혼 등 운세를 점치고 일상 대화의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자연심리상담연구소) 2024.08.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문효민 인턴기자 = "올해 말쯤에 이동운이 있어.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

직장인 한모(27·남)씨는 최근 지인의 권유로 난생처음 점집을 찾았다. 취업은 했지만 이직이 고민인 한씨는 "업무환경은 점점 열악해지는데 막상 또 재취업을 하려니 막막해 신점집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불안감이 너무 커지니까 미신이라도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심리 상담을 받듯 신점이나 사주·타로를 찾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점을 보는 행위는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오랜 사회적 인식과 달리, 젊은 세대도 취업·이직·연애·결혼 등 운세를 점치고 일상 대화의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온라인에 익숙한 이들은 비대면으로 가볍게 운세 콘텐츠를 소비한다. 모바일 운세 서비스 앱 포스텔러의 경우 40세 이하 소비자가 전체 77%를 차지할 정도다. 29세 이하 소비자만 해도 전체 소비자의 절반에 가까운 45.5%에 달한다.

유튜브 데이터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현재 운세와 관련한 유튜브 채널만 2056개다. '타로'와 '사주'를 키워드로 한 채널은 각각 1439개와 533개로 검색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타로나 사주를 접하는 셈이다.

청년층이 털어놓은 고민은 비슷했다. 금도암 동양역리학회 회장은 "건강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고 결혼과 진로, '이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 등을 물어본다"고 전했다.

신점이나 타로를 찾는 청년층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심리적 안정을 찾고픈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계약직으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권모(28·여)씨는 "전날 전화 사주로 취업운을 봤는데 내년 5월과 8월쯤 대운이 바뀌면서 잘 풀린다고 하더라"면서 "마음이 답답했는데 위안이 됐다"고 했다.

이성관계 등 연애 문제로 지난해 매달 한 번씩 점집에 방문했다는 한모(28·여)씨도 "다녀오고 나면 시원하고 풀리는 느낌이 들고,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막상 생활하다 보면 잘 풀리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전문가들은 '점술 신드롬'의 기저에는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미래에 향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삶 자체가 여러 형태로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니 그와 관련해 누군가가 말해주기를 바라고 미래를 들여다보려는 욕구가 커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주거·직장·결혼 등 과제가 겹쳐있는 청년층 스스로가 기댈 곳을 찾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통상 샤머니즘, 미신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놀이문화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듣고는 믿음이 실제 행동에 영향을 주는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긍정적인 효과만큼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온라인 같은 경우는 어떤 형태이든 녹음되거나 녹화되면 그 내용이 어떤 식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임 교수도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경우 관련 없는 상황에도 그 결론을 적용시키는 '과잉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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