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상사 연락…"눈치 보여 '안읽씹' 못해"
직장 내 괴롭힘 여지 있어…"포괄적 해석 가능"
노동청에 신고 가능…연장근무 시 수당 청구도
직장인들은 퇴근 후 상사의 연락을 업무 연장선이라고 본다. 지난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5%는 퇴근 이후, 휴일 등에 업무 연락을 받는다고 했다. 취업정보포털 인크루트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1056명 중 64.1%는 퇴근 후 연락이 와 답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과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로 인한 초과 근무시간은 주 11.3시간에 달한다.
'퇴근 후 카톡'을 법으로 막자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다수 발의된 것에 이어 최근에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무시간 외 통신수단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법적 규제 대상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여지는 있다.
2019년 근로기준법 내 신설된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조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의 기준이 있다.
A씨 사례로 돌아가보면, 상사의 연락으로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으므로 두 가지 요건은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업무상 적정범위'가 무엇인지다. 사업장별로 사내 규칙이 마련돼 있고, 그 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부는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사의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하지 않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는 판단 기준과 관련해 "업무수행을 빙자해 발생한 경우에도 인정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A씨의 상사가 업무 관련 카톡을 보내며 기타 사적인 내용까지 꺼내 A씨의 휴식시간을 방해한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고용부는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발표하며 그 중 2번으로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를 내세웠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측정도구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목이 있다.
A씨가 상사의 연락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우선, A씨의 상사가 업무 외에도 사적인 일로 연락 빈도를 늘려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진다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내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 관련 담당조직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조직이 없거나, A씨를 괴롭히는 사람이 사업주일 경우 고용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 또는 관할 노동지청에 신고하면 된다. 고용부 노동포털에서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가해 사용자 혹은 근로자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른 하나는 추가 업무에 대한 수당을 청구하는 것이다. 만일 상사의 연락으로 인해 A씨가 퇴근 후에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이는 엄연한 연장근무에 해당한다. 다만 근로시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메신저부터 구체적인 업무내용까지 남겨놔야 한다는 의미다.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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