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은영 인턴 기자 = 홍콩 최대 애니메이션 행사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복장을 코스프레한 관람객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6~30일 완차이 컨벤션센터에서 2024 홍콩 애니콤&게임 박람회(Ani-com and Games Hong Kong 2024)가 열렸다.
애니콤&게임 행사는 1999년부터 개최된 홍콩 최대 규모의 애니메이션 및 게임 콘텐츠 컨벤션 행사다. 행사에는 중국, 일본, 프랑스, 한국 등 140개 이상의 완구업체가 1000여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이날 홍콩 온라인 플랫폼 채널 C(Channel C)는 독일군 복장을 코스프레한 이들을 인터뷰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이들 중엔 히틀러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으며, 모두 나치 경례를 하고 있었다.
해당 영상이 확산하면서 온라인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채널 C는 같은 날 해당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누리꾼들은 행사 주최 측과 나치 복장을 한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채널 C는 사과문을 올리고 "상황이 심각하고, 시청자의 부적절한 모방을 방지하기 위해 즉시 생방송에서 해당 부분의 다시 보기를 삭제했다. 리포터의 행동은 부적절했으며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적 잔혹 행위를 조장하거나 미화할 의도가 없었으며 해당 사안에 대해 농담하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채널 C는 향후 생방송 중 직원들에게 행동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2차 세계대전으로 7000만명이 사망했다. 이 제스처는 반인류적 범죄를 상징한다"며 "행사 주최 측이 왜 나치 독일군으로 코스프레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최 측이 공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행사 참가자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를 할 수 있다. 다만 범죄 조직이나 성인용 테마 캐릭터는 제외된다.
또한 군인이나 경찰, 경비원 및 합법적으로 유니폼을 입는 단체를 포함하되, 이에 해당하지 않는 유니폼은 허용하지 않는다.
참가자는 코스프레 복장을 최종 완성한 뒤 직원에게 간단한 의상 검사를 받은 후 손목밴드를 받아야만 행사 메인 행사장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이때 참가자의 의상이나 소품이 급하게 준비됐거나 지나치게 노출이 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의제기 없이 실격 처리될 수 있다.
한편 나치 경례 등 홀로코스트 관련 상징들은 많은 국가, 특히 유럽 일부 지역에서 법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호주는 이스라엘-가자 전쟁 이후 반유대주의 사건이 증가하자 지난 1월 관련 법률을 시행해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지난 2003년 홍콩 패션 브랜드 Izzue는 나치 테마의 의류와 매장 인테리어 등으로 이스라엘 및 독일 영사관의 항의에 부딪혀 14개 매장을 철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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