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철·유호림·우석진 교수·이상민 연구위원 평가
"중산층 과세 논란 지속" vs "세감·이중과세 남용"
"밸류업 시그널에 그쳐…대규모 주주환원 어려워"
"국가의 혼사부조 격…1인당 3년간 150만원 미미"
"자본소득 정상화 없이 증세 불가능…설명 필요"
"세수 1%는 부자감세 아니지만…재정적자 심각"
"지자체 재정 열악…종부세 추가 개편은 부담"
[세종=뉴시스]임하은 용윤신 기자 =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25년간 유지해 온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하위 과세표준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방안의 일환으로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속세 개편이 부분적으로 이뤄져 중산층 과세 논란이 지속돼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한편, 4조원이 넘는 세수 감소와 비과세 규모를 고려할 때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밸류업 촉진 세제 역시 세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막으면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는 정도로 그쳤다고 평가했다. 결혼세액공제 부부 합산 100만원 등 혼인·출산 관련 세제도 국가 차원의 혼사부조금 정도에 불과해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산층 과세 논란 지속" vs "세감·이중과세 남용"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고세율을 인하해 부분적으로 해소한 건 다행이지만, 상속세에 대한 개편 주장을 불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우철 교수는 "상속세 면세점을 높이는 게 중산층 과세에서는 의미가 있다. 자산불평등으로 꼽는 부의 세습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부분부터 상속세로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위 과표구간을 2억원으로 올리면서 세부담 경감의 취지는 있지만 세부담 절대액이 작다는 걸 고려하면 약간 세금을 줄여주는 정도에 그쳤다"며 "중산층 과세 논란은 계속 갈 것 같다. 연내 국회에서 논의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에 밸류업·스케일업 우수 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2배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우철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공제 수준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과 업종 변경 요건 등이 실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현실에서 제도가 활용되려면 단순 한도 상향에서 좀 더 획기적인 방식의 요건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고세율을 낮추면서 그에 따른 세수감소와 이중 비과세의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만일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증여할 때, 결혼자금 1억원과 창업자금 5억원 등 각종 증여특례규정을 남용한다면 부부 합산 최대 20억원 이상을 부모로부터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해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형해화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내리는 건 할증 평가 폐지까지 하면 거의 20%포인트(p)를 내리는 것"이라며 "과표 조정은 공제에 더해 이중적으로 혜택을 주는데 이렇게까지 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속세율 인하로 상속소득과 노동소득의 수요 공급 곡선이 꼬여버린다. 국가재정은 정해져 있기에 한 해 상속세수가 줄면 누군가는 노동소득 등을 통해 채워야 한다"며 "자녀 공제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상향하는 건 가능하지만 10배를 공제해주는 건 급격하다"고 평가했다.
◆"기업 밸류업 시그널에 그쳐…대규모 주주환원 어려워"
정부는 배당·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 대한 법인세제를 지원하는 주주환원 촉진세제도 3년 한시로 신설됐다.
요건을 보면 주주환원금액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늘어야 하는데, 그 초과 증가분에 대한 5% 공제가 적용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담겼는데, 주주환원금액의 증가분과 직전 3년 주주환원금액의 10%가 대상이 된다. 분리과세자는 9%, 종합과세자는 최고 25%로 세율을 낮췄다.
이에 대해 김우철 교수는 "세수 급감을 막으면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는 정도에서 세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주주 환원 정책을 끌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배당소득분리과세가 오너의 관심일텐데, 배당의 아주 일부라서 세제가 복잡해진 데 비한 유인효과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한 데 대해 김 교수는 "저성장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만큼 가업상속 할증과세 폐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유호림 교수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주환원 촉진세제 요건으로 밸류업 자율공시, 배당 및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배당 성향이 선진국 대비 비교적 낮을 뿐 아니라 밸류업 프로그램 대상 기업의 평균적인 수익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할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제도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각투자상품에 대한 과세규정을 마련한 것은 미술품이나 저작권에 대한 집합투자 관련 과세규정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첨언했다.
◆"결혼세액공제 국가의 '혼사부조' 격…1인당 3년간 150만원 '미미'"
부부 합산 100만원의 결혼세액공제도 신설된 데 대해 김우철 교수는 "부부 합산 100만원은 양복 한 벌 값 정도로 국가에서 주는 혼사부조인 셈이다. 혼인 지출 비용을 다소나마 경감시켜 우리 세제가 출산과 혼인 친화적인 성격을 띠겠다는 의도로 파악해야 한다"고 해설했다.
유호림 교수는 "결혼세액공제의 경우 1쌍의 부부에 대해 100만원을 3년간 공제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1인당 3년간 150만원을 추가공제받는 것에 불과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결혼에 따른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1주택 간주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한 것이나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등의 경우 민생 경제라기보다는 자산가 또는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우대를 자녀에게까지 확대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교수는 "이번에 담긴 혼인 관련 세제는 대기업 직원이나 전문직을 제외하고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조세지출은 소득이 높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세금을 안 내는 근로소득자 하위 40%에게는 1원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최대 100만원 내는 사람에게만 100만원의 혜택이 있는 것이다. 가처분소득을 늘리려면 조세지출이 아닌 재정지출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기업출산 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는 방침은 파격적 조치이며 일부의 조세 우대라는 점에서 입법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우철 교수는 "소득세제 본법에서 비과세는 매우 엄격하게 다룬다. 비과세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 관례를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지원"이라고 언급했다.
유호림 교수는 "세법상 특수관계자가 아닌 지인을 통한 우회증여(혹은 교차증여)를 차단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세법은 유형별 포괄주의로, 어떤 형태로든 세금을 과세하는데, 이에 대한 예외가 비과세다. 결혼해서 주는 돈에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은 국민 법 감정이 여론을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소득 정상화 없이 증세 불가능…설명 필요"
정부는 개편안에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폐지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에 대한 정책당국의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교수는 "4년 전 금투세를 도입할 당시에 긍정적 명분과 효과를 제시한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조세정책의 신뢰성 차원에서 정책당국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책임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조세저항으로 폐지한다는 건 과세의 엄격한 기준을 무너뜨리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소득세 실효세율 적정화와 부가세 증세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전에 자본소득 정상화를 빼고 갈 수는 없다. 멀리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석진 교수는 "금투세 폐지는 단타 매매와 투기자본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금투세와 증권거래세를 합쳐서 6조~7조원이 걷히는데, 이를 없애면 그만큼 세수가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수의 1% 부자감세 아냐" vs "재정적자 심각"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를 순액법 기준 향후 5년간 4억3515억원으로 추산했다. 세수감소분은 올해 예산 367조3000억원의 1.2%가량이다. 순액법은 전년 대비 기준으로 증감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연도별 국세수입 예산에 효과를 반영한다.
김우철 교수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증세 확충에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회복을 원활히 간다는 측면에서 세수 보강은 내년도 이후로 미루는 게 시기적으로 맞다"며 "상속세를 중심으로 4조원가량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상속세는 불합리한 부분을 합리화한 것에 가깝지 부자감세의 관점에서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 전체 세수의 1% 정도는 큰 세감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반면 우석진 교수는 "보통 세법개정에서는 세수중립을 많이 얘기한다. 세수 상황을 봤을 때 상당히 무책임한 세제개편이다. 보완책이 없어서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조항이 많이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세수 결손과 재정 적자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서 5년간 18조4000억원(누적법)를 감세하는 개편안이다. 정확히는 상속세에서 18조6000억원을 감세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누적법은 기준연도(2024년) 대비 증감을 계산해 개정에 따른 세수효과 누적의 총량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재정 열악…종부세 추가 개편은 부담"
이번 개편안에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담기지 않았다. 이미 조세부담을 크게 줄였고, 지방교부세와 연관돼 쉽게 손을 대지 못했을 거라는 설명이다.
김우철 교수는 "이미 지난해 종부세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놨다. 내용을 뜯어보면 세율인하는 소폭이었고 시행령상 조치나 공시가격 정책으로 세부담을 낮췄다. 이는 언제든 환원될 수 있다. 정부로서의 고민은 추가로 종부세를 개편하려면 다주택자를 기본세율로 과세하거나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는 것에 가까워 쉽게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호림 교수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조세부담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로 인해 지방교부세마저 큰폭으로 감소해 각급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특히 종부세를 재원으로 하는 몇몇 지방 대도시의 경우, 종부세 세수의 감소로 인해 재정상태가 매우 열악해지고 있어 당정이 추가적인 감세 혹은 폐지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이 매우 무거웠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이미 종부세는 굉장히 낮춰줬기 때문에 더 낮출 여력이 없을 것이다. 지방정부에 굉장히 큰 타격이 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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