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편향·법인카드, 방통위 2인 체제 등 쟁점
여 "막무가내 질의…사퇴 시위로 후보자 겁박"
야 "방송장악 청부업자, 탄핵 발의 뒤따를 것"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여야는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질과 도덕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임명은 정권의 '방송 장악용 인사'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부터 이틀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첫날에는 이진숙 후보자의 정치 편향 논란과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언론관·정치관을 겨냥하며 초반부터 부적격 인사라고 몰아붙였다. 이 후보자를 '방송장악 청부업자'로 규정하며 임명되더라도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방문진과 KBS 이사 선임을 강행하면 탄핵 발의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며 "결국 후보자는 길어야 몇 달짜리 제3의 이동관이 될 것이다"고 엄포를 놨다.
이훈기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페이스북에 "MBC 시청을 거부하고 광고를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응징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거론하며 중립성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특정 언론에 대한 광고 탄압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질책했다.
이 의원은 "50년 전 독재정권이 했던 광고탄압을 똑같이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방통위원장 자격이 전혀 없는 분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명예를 실추하지 말고 스스로 그만두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몰아붙였다.
같은 당의 조인철 의원은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촛불로 대표되는 좌파들의 행동은 멀쩡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다', 'MBC, KBS는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을 불러냈다' 등의 글을 게시했다"며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방통위는 건전한 인터넷 환경조성에 관한 사안을 다루게 돼 있는데 공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포기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의 황정아 의원과 한민수 의원 등은 후보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을 고리로 도덕성 문제를 짚었다. 이 후보자는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를 골프장과 유흥주점 등에서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 의원은 "주말 호텔 투숙, 골프 결제 등 법인카드의 사적 운용이 넘쳐난다"며 "공적 법카를 개인 용도로 계속해서 반복 사용하면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 공적 사용이라면 이를 증빙할 수 있는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며 야권의 공세가 지나치다고 엄호에 나섰다. 특히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을 두고는 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방통위 2인 체제에 위법성이 없다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정훈 의원은 "현재 야당에서 두 명의 방통위원을 추가로 추천해야 하는데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5인으로 구성되어야 할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계속 운영되는 책임이 야당에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저는 국회에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민주당에서 나머지 두 명의 상임위원을 추천하고, 국민의힘에서 한 명을 추천해서 5인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같은 생각"이라며 "방통위를 정상화하기 위해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면 야당이 주장하는 불법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동조했다.
박충권 의원은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위법성이 없다는 게 팩트"라며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추진해 나가면 된다"고 보탰다.
이 후보자는 "정해진 법, 규정에 따라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박정훈 의원은 또 민주당이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을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동관·김홍일로도 모자라서 후보자께도 마타도어를 자행하고 있다"며 "후보자 신상에 대해 망신 주기에 가깝다"고 날을 세웠다.
박충권 의원도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카드로 혼자 밥을 먹은 정황이 포착됐다거나 40여 년 동안 헌혈을 하지 않았다는 등 야당이 이 후보자를 향해 막무가내 질의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SNS에 이 후보자의 사진과 함께 외모 품평 글을 버젓이 올리는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 앞서 민주당 의원과 언론노조가 회의장 밖에서 후보자 사퇴 시위를 벌인 것을 놓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청문회 전 언론노조와 함께 '언론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언론노조가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집회 시위를 했다"며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이고, 국회의 권능에 대한 침해 행위다. 청문회 기간 중 상임위 밖에서 모든 국회의 폭력적 발언 행위엔 강력하게 법정 제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 상임위 회의장 앞에서 후보자를 겁박한 전례가 있느냐. 민주주의 국가, 선진국으로 가는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냐"며 "이건 폭력이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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