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83배 차이에도 고평가…자본시장법 악용
㈜두산 웃고, 소액주주 울고…정부 '밸류업' 퇴색
㈜두산이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 확대와 배당금 수취액을 대폭 늘린 반면, 소액주주들에 대한 보호·충실 의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두산 공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할 경우 신설법인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은 기존 14%에서 42%로 늘어난다.
반면 합병 비율에 따라 두산밥캣 주주는 상장 폐지로 인해 보유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신주를 0.63주를 받게 된다. 두 기업의 매출 수준이 지난해 기준 183배 이상 차이 나는데도 두산밥캣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상장사 합병 비율 산정 시 기업가치를 순자산이 아닌 시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양사 시가총액은 5조원대 중반으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더 큰 매출에도 불구, 이 같은 합병 비율이 가능했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찬물을 끼얹는다는 평가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주가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올 초부터 기업 가치를 제고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에 대한 충실·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이번 합병은 밸류업 프로그램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번 합병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두산으로 불린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3배 늘어난 만큼 높아진 지분율에 따라 두산밥캣으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3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 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할 태세다.
이 법안은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투자자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산밥캣은 연내 자사주 소각할 방침을 정하는 등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오는 9월2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하는 자사주를 임의 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한다.
두산밥캣 자사주가 소각되면 향후 배정될 두산로보틱스 발행 물량이 줄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지만, 소액주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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