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공의 모집 '보이콧' 확산…교수들 "피해 막을 것"

기사등록 2024/07/24 13:33:25 최종수정 2024/07/24 14:24:54

가톨릭대 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들 24일 성명

"전공의 모집 의사 없다고 수련교육부에 전달"

수련병원·진료과별 모집 보이콧 움직임 확산중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지난 22일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미복귀 전공의 7648명을 사직 처리하고 진행되는 새 전공의 충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수련 병원 소속 교수들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련병원·진료과별로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모집 의사가 없다고 밝힌 전공의는 신입(인턴·레지던트 1년차)과 상급년차 전부다.

가톨릭대 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들은 "정부의 잘못된 의대 정원 증원과 소위 의료개혁 정책으로 인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진료와 배움의 현장을 떠난 지 다섯달째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며 9월 전공의 모집을 시행할 의사가 없음을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경쟁과 교실의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한 전공의들 만이 유일한 제자와 동료들이며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빼앗는 일에 동조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강압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집 절차를 통해 다른 전공의들이 그들의 빈 자리에 들어 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의 의사에 반해 전공의 모집이 진행될 경우, 하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한 모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면서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교실의 의사를 미리 밝힌다"고 알렸다.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2월이 아닌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지난달 4일 이후로 사직 처리하고 정원 감축을 언급하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행하도록 수련 병원들을 압박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교수들은 "보건복지부는 7월에도 땜질식 조치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행하도록 수련병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따르지 않을 시 각종 불이익을 언급하는 등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인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사직 전공의의 자리를 다른 전공의들로 메우라는 복지부의 일방적인 강요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교육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묵살하고 강압적으로 전공의 모집을 강행하려는 복지부의 시도가 위태롭게 겨우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의료상황에 엄청난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서울아산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를 뽑지 않기로 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2~4년차)가 하반기 모집 때 전공 과목을 바꿔 서울아산병원 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과에 지원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소속 교수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전공의는 진료과별로 요구되는 전문 지식과 수련이 달라 과를 변경하려면 레지던트 1년차로 지원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방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서울의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지원하게 되면 지역 의료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고려대 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가 고려대 의료원에 지원하면 전공의 공백에 따른 지역 의료 붕괴가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료원 9개 전공 분야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채용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외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전체 채용 규모의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인기과 쏠림 현상, 상급 연차 전공의 부재 시 1년차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대규모 전공의 사직 이후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본 과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모집 때 충원되는 새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결국 정부의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는 일괄 사직 처리됐고,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정원)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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