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대비 취약한 전통시장 '침수 우려'
2022년 시장 점포 60여곳이 물에 잠겨
'물막이판' 설치 안 된 가게도…"어쩌나"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분식집 사장인 A씨는 "시장 지대가 낮아서 피해가 심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로 7년째 남성사계시장에서 일한다는 A씨. 그는 2022년 침수 피해 이후 매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남성사계시장은 2022년 8월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보았다. 시장 내 점포 60여곳이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A씨의 일터 외에도 수해를 입은 전통시장은 전국에서 88곳에 달했다. 피해 점포수로는 3646곳으로 집계됐다.
이후 수해 예방용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등 대비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폭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뉴시스가 찾은 남성사계시장에는 비 피해를 대비해 비닐이나 포대를 씌워둔 가게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떡갈비 집을 운영한다는 김학선(70)씨는 가게 앞에 수해 대비용 모래주머니를 가득 쌓아뒀다. 김씨는 "봄부터 모래주머니를 해놨다. 걱정은 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년 전에 혼이 나서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찬가게 사장 공경자(51)씨도 걱정은 마찬가지였다. 공씨는 "수해 이후 바닥 공사를 한다고 했는데, 물은 여전히 잘 빠지지 않는다"며 "구청에서 가게마다 물막이판을 설치해주긴 했는데 그때 '반짝'이다. 바뀐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방문한 가게들 대부분에 물막이판이 설치돼있었으나, 물막이판 설치가 되지 않은 곳도 더러 발견할 수 있었다.
물막이판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곳에서 2년째 빵집을 운영하는 박금희(59)씨는 "2022년엔 물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고 수해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당시에 문 바깥에 물막이판을 설치할 방법이 없다며 가게 안에 설치했다. 다시 와서 설치해준다고 하고는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씨는 "다시 비가 많이 오면 그때처럼 물난리가 나는 거 아니겠나. 요즘 장마가 한꺼번에 오는 식이라니 걱정이다. 안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보탰다.
물막이판, 모래주머니 설치에도 '실질적인 수해 예방법은 없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종덕(51)씨는 '가게 차원에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있나'라는 질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올해는 어떨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대에는 호우 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수도권은 이날 오후까지, 충청은 늦은 오후까지, 강원내륙·산지는 저녁까지 시간당 30~60㎜, 최대 시간당 70㎜ 이상의 강한 호우가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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