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내과전공의 "정부 변화없다면 안 돌아갈 것"

기사등록 2024/07/17 09:38:58 최종수정 2024/07/17 09:50:52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교수들에 편지

"6월 사직서 수리 방침에 대해선 무대응"

"사직처리해도 정부 변화없인 안 돌아가"

"수련 특례? 소신진료 가능한 환경 원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지난 15일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공간 모습. 2024.07.1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서울대병원 내과 소속 전공의들이 6월4일 이후 사직서 수리 방침에 대해 무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 없인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내과는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해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로 통한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지난 15일 '내과 교수님들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정부와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이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6월 이후의 사직 처리에 대해 무대응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이 아닌 실제 사직서를 낸 2월을 사직 시점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은 물론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 각종 부당한 명령에 대한 사과 등도 복귀 조건으로 밝혀왔다.

전공의들은 "서울대병원이 아니면 진료받을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몰려 체력적·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 내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졌다"면서 "점점 상태가 나빠져 가는 환자를 어떻게든 붙들어 살려냈을 때의 안도감, 해냈다는 성취감, 환자와 보호자의 진심 어린 감사가 우리를 지탱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만행이 옳지 않듯, 우리의 행동도 일부 정당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월 이후 사직 처리와 가을 턴 모집(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붕괴를 막고 과거의 낡고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2월부터 6월까지의 결근 동안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전공의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2월 사직서를 6월로 처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돌아오라는 1차 협박이나 다름없다"면서 "가을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기존 전공의들에게 본인 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복귀하라는 2차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성인으로서 도의적 혹은 법적 책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비논리적이고 강압적인 처벌을 받고 싶지는 않다"면서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떠나지 않았기에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내며 당당히 행동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2000명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의대생들이 F를 받아도 진급시키겠다고 하고, 카데바는 외국에서 수입하고, 연구 실적이 없어도 대학병원 교수가 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면서 "세계적 인증을 받은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무시하고, 환자에게는 전세기를 띄워준다고 했지만 정작 환자가 연락하면 소송할 변호사를 대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돌아가면 4개월 간의 공백을 수련으로 인정해주고, 졸국년차는 내년에 전문의를 차질없이 딸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소신 있는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기구를, 지속 가능성 있는 의료 시스템을 원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 처리 데드라인(15일)이 지났지만 전공의 복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공의 1만여 명은 사직 또는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