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송참사 현장, 1년 만에 가보니…안전시설 갖춰졌지만 우려는 여전

기사등록 2024/07/14 09:40:00 최종수정 2024/07/14 10:58:52

수위 15㎝ 도달하면 진입 자동 차단하는 시설 설치

탈출용 '핸드레일' 설치됐지만 어린이는 이용 불가

인명구조 장비함에는 튜브·조끼·로프 3개가 전부

이상민 행안 장관 "오송 지하차도, 보완할 점 있어"

[청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정비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부. so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성소의 기자 = 11일 찾은 충청북도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1년 전인 지난해 7월15일, 기록적 폭우로 차도가 침수되면서 이곳에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가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로 결론 나자 정부와 충청북도, 청주시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1년 만에 방문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행정안전부와 충청북도 도로사업관리소 측의 안내를 받아 차도 내부를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도 입구에 설치된 자동 진입차단시설이었다.

당시 미호천교 인근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6만t의 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에 흘러 들어왔지만 차량 진입이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당초 충청북도는 지난해 9월 호우 발생 시 자동으로 차도 진입을 막는 자동 진입차단시설 설치 공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그 전에 참사가 발생했다. 한발 늦었던 것이다.

이날 찾은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는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돼있었다.

수위 센서를 통해 측정한 수위가 15㎝에 도달하면 요란한 경광등과 함께 3.2m 길이의 차단막이 내려와 차도의 진입을 막는다.

[청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 2.4㎞ 길이의 핸드레일이 설치돼있다. so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차도 안으로 들어가봤다.

벽면에 2.4㎞ 길이의 노란색 구명봉(핸드레일)이 새롭게 생겼다.

차도가 물에 잠겼을 때 핸드레일을 잡고 탈출하는 용도다. 지난해 사고 당시에는 핸드레일이 없어서 일부 시민들이 도로의 중앙분리대를 잡고 차도 내부를 빠져나왔다.

핸드레일은 지상으로부터 각각 150㎝, 270㎝ 간격으로 총 두 단 설치돼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성인이라면 핸드레일을 잡고 무리 없이 탈출할 수 있겠지만, 키가 150㎝가 되지 않는 어린이나 노약자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차도 내부에 물이 꽤 들어차게 되면 1단을 딛고 올라선 다음 2단을 잡고 탈출해야 할 텐데 그러기엔 1단이 다소 높은 느낌도 들었다.
[청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 설치된 피난 사다리. so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핸드레일 옆에 25m(터널 외부는 50m) 간격으로 피난 사다리도 마련됐다.

지하차도가 침수됐을 때 핸드레일을 잡고 사다리까지 도달하면, 사다리를 타고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다. 최대 300㎏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발판의 폭이 좁고 금속 소재라 미끄러웠다. 발판 갯수도 터널 외부는 8개, 내부는 5개로 촘촘한 편이 아니었다.
[청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 설치된 유도 표지판. so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터널 내부에 탈출구를 안내하는 유도 표지판과 비상 전화기도 눈에 띄었다. 모두 작년에 없던 것들이다.

유도 표지판과 비상전화기는 물에 젖어도 고장 나지 않는 생활 방수용 소재로 제작됐다.

표지판의 경우 터널 조명이 꺼지고 정전 상태가 돼도 1시간 가량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깜깜한 터널 내부에서 조명처럼 기능할 수 있다. 

비상전화기는 차도 내부의 긴급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용도다. 수화기를 들면 터널관리사무소로 바로 전화가 간다. 터널 내부에 총 4대 설치됐다.

[청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벽면에 설치된 인명구조 장비함. so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벽면에 100m 간격으로 인명구조 장비함도 달렸다.

장비함에 들어있는 장비는 구명조끼 1개, 튜브 1개, 로프 1개가 전부.

작년처럼 많은 사람들이 차도 내부에 갇힌 상황에서 3개의 장비로 사람들을 구조해낼 수 있을지 우려됐다.

당초 차도 벽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튜브를 걸어두는 방법도 검토됐으나, 평소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실현되진 않았다고 한다.

로프는 케이블타이로 묶여있었다. 로프를 쓰기 위해서는 완력으로 케이블타이를 끊어내야 하는데 역시 비상 상황에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참사 당시 파손된 배수 펌프시설은 교체돼 정상 작동하고 있었고, 전기·통신 시설은 미호천교 홍수위보다 높은 1.7m로 다시 설치됐다.

종합하면 작년에 비해 여러 비상대피시설과 안전장치 등이 갖춰졌으나 작년과 같은 대형 참사를 막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런 지적들이 잇따르자 충북도는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했던 재개통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오송 지하차도 현장을 둘러본 결과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주=뉴시스] 2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서신지하차도 내에 침수사고 시 대피를 도울 수 있는 인명탈출시설이 설치돼있다. (사진=완산구청 제공) 2024.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비슷하면서도 극명하게 비교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 사례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서신지하차도에 설치한 안전시설이다.

이곳에 설치된 핸드레일은 총 6단. 궁평2지하차도보다 3배 많아 어린이와 노약자도 쉽게 대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피난 사다리의 발판도 19개로 궁평2지하차도(터널 외부 기준)보다 2배 많았다.

충북도는 검토를 거쳐 핸드레일을 추가 설치하는 등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설치된 핸드레일 중간에 60㎝ 간격으로 몇줄을 추가하는 식으로 더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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