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발' 전공의 이탈 장기화
"위급한 상황에 진료 못 받으면 어쩌나"
'면허정지 철회' 당근책에도 복귀율 저조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전은경(48)씨는 이틀 전 뇌동맥류 시술을 받았다며 "시술에 들어가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 계속 전화해 일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인데 다른 분들은 불안을 더 느낄 수 있다"며 "제 동료는 저와 비슷한 시술인데 내년에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지난 4일부터 중증·응급·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를 위주로 보는 자율적인 진료 재조정에 나선 상태다.
심혈관조영술을 받는 아버지의 보호자로 병원을 찾은 김모(21)씨는 "아버지는 지금 시술을 받으러 가셨다"며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진료를 못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불안하긴 하다. 파업이 너무 오래 지속돼서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11일 취재진이 찾은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지하2층 진료 대기실은 환자들로 붐볐다. 지난달 17일부터 닷새간 휴진했던 의사들이 복귀한 지 3주째 되는 날이었다.
골다공증과 유방암을 앓고 있다는 강옥희(67)씨는 "환자들이 병 때문이 아니라 불안해서 죽을 것 같다"며 "이제 유방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또 파업해서 의사가 없으면 어떡하나. 암인데 수술을 안 해주면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 강릉에서 온 김옥숙(69)씨는 혈액암 수술을 앞둔 올케를 간호하기 위해 병원 근처에 일주일에 80만원짜리 방을 얻었다.
김씨는 "날짜가 계속 안 잡혔는데 지난달에 교수가 외래 진료를 보러 오라고 해서 왔다. 너무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제발 파업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이 불확실한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방문했다는 이모(33)씨는 "세브란스랑 아산병원은 휴진 중이라는데 나는 여기를 다녀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서울대병원은 그래도 정부 입김을 많이 받는 곳이니까"라며 "그 병원을 다니는 환자들은 치료를 제때 못받아서 악화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휴진했다가 철회하면서 예약 날짜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다른 대형병원들도 휴진하니까 환자들이 불안하다고 하는 경우는 있었다"고 했다.
구정숙(75)씨는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 3년 전 여기서 수술받고 쭉 진료를 보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전공의가 줄어든 것 같다"며 "나 맡은 교수님은 2명 다 안 쉬셨지만만, 의료 갈등이 오래 되다 보니 계속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소아과를 찾은 이모(42)씨는 "체감상 대기시간이 확실히 길긴 하지만 진료가 미뤄진 적은 없었다"며 "직업 특성상 생명을 담보하는 게 의사인데 그렇게 행동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아이가 있으니 휴진하는 게 불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9월부터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규정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한다고도 했지만, 아직 복귀 움직임은 미미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1만3756명 중 1096명)에 불과하다. 의대를 갓 졸업한 인턴 출근율은 3.3%(3250명 중 106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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