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최대 규모, 대표작 70여점 전시
오감 통해 자연풍경의 깊은 울림 전달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이 7월9일부터 10월20일까지 프랑스 대표 추상화가인 올리비에 드브레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올리비에 드르레: 마인드스케이프'를 연다.
1920년생인 올리비에 드브레는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전후 유럽의 서정 추상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드브레의 6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다룬다.
초기부터 1990년대까지 약 70여 점의 대표 작품과 영상, 사진 등 아카이브를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눠 소개한다.
올리비에 드브레는 실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신의 오감을 통해 마음에 새겨둔 색채와 구성으로 자연풍경의 깊은 울림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드브레의 학창 시절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의 활동 초기 작품들을 살펴본다. 드브레는 17세에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한 뒤 현대 건축의 선구자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실을 다녔다.
건축 공부와 회화작업을 병행하던 드브레는 파블로 피카소와의 만남으로 입체주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상주의에서 파생된 구상 방식의 그림은 '풀밭 위의 소녀'의 흐릿한 얼굴과 뭉개진 윤곽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올리비에 드브레가 전쟁기에 투렌 지방에 머물며 제작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가족이 흩어지면서 그는 혼란과 외로움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드브레는 투렌 지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평온함을 찾게 됐으며 해당 시기에 '풀밭 위의 소녀'를 제작했다.
특히 '살인자, 죽은 자와 그의 영혼', '거울 속의 검은 추상화' 등의 작품이 그 시대를 담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장면을 추측할 수 있지만 검은색으로 표현된 각진 형태, 날카로운 선, 음영이 잔혹함을 증언한다.
두 번째 섹센에서는 195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작가의 전성기 표현 방식이 확립된 시기를 조명한다. 드브레는 미국 여행 중 대형 회화 작업을 하던 마크 로스코와 만난 후 회화적 행위와 색채의 범위가 확대됐다.
미국 색면회화와 달리 투르의 루아르 강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에서 추출한 감각을 주로 작품에 재현하는 특징을 보인다. '거대한 엷은 검정', '연노랑색 기호인물' 등에서 작가의 색 표현의 실험을 엿볼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새로운 풍경과 빛을 발견하기 위해 세계 여려 지역을 여행했다. 그 중 가장 큰 영감을 준 곳을 프랑스 투르의 루아르 강변이었고, 드브레는 변화하는 루아르 강의 모습에서 받은 심상을 작품에 옮겼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길이가 각 3m에 달하는 '루아르의 연보라', '검은 얼룩과 루아르의 황토빛 분홍', '루아르의 흘러내리는 황토색과 붉은 얼룩'이 있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작가가 노르웨이, 미국, 멕시코, 일본 등을 여행하며 그곳의 풍경과 정서를 내면화해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1979년 노르웨이 옵달과 1988년 슬레탈렌에서 각각 그린 하얀 회화 연작인 '겨울 슬레톨렌의 흰색 1·2'은 북유럽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이 전시의 피날레는 1997년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초연한 '사인'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자료다.
드브레와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미국의 현대무용가 캐롤린 칼슨이 감독을 맡았다. 드브레는 이 무대미술과 의상디자인을 담당하며 장르 간 협업으로 확장되는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올리비에 드브레의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오감을 통해 마음에 새겨둔 색채와 구성으로 자연풍경의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가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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