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고령화 여파…가족 돌봄 인식도 변화
정부, 지원 늘렸지만 재가돌봄 하루 3시간꼴
전문가 "서비스 확대 및 지원 제도 강화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돌봄 부담으로 인한 범죄가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돌봄 제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울산지법 형사2단독 황형주 부장판사는 특수존속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7년 간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고 퇴원 후 함께 살게 되면서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기가 힘들어지자 형제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에도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수개월 동안 상습 폭행하고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가 징역형을 받았고 지난해 12월에도 중증 장애가 있는 친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가 실형을 받았다.
저출생 고령화, 핵가족화가 되면서 이처럼 돌봄과 관련한 사건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08년 가족 해외여행을 갔다가 자녀가 부모만 공항에 버려 두고 귀국한 사건이 있었고 2021년에는 대구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생활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뇌졸중 진료비와 간병을 부담하다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아 아버지가 숨진 사례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에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고령화율이 25%에 도달한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도 증가하게 되는데, 주로 고령층에게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수급자 수는 2008년 21만 명에서 2022년 101만 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급속한 가족 돌봄의 해체다. 저출생 여파로 돌봄을 제공할 가족 자체가 없어지는 형국이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평균 세대원 수는 2013년 2.5명에서 지속 감소해 2022년엔 2.17명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낮아지는 등 자녀가 없는 '딩크족', 미혼가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지난달 3일 발표한 돌봄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만 55세부터 64세까지 전국 60년대생 성인 남녀 980명 중 자녀와 살고 싶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이들은 주로 살던 집에서 노년 돌봄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52%), 현재 우리나라의 우리나라의 노인, 장애인, 환자에게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에 대해 86%는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이 같은 수요를 고려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1등급 수급자의 월 한도액을 207만원, 2등급 수급자의 월 한도액을 187만원으로 각각 인상하기로 하는 등 재가급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급여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에 따르면 여전히 3등급자 기준, 재가급여를 통한 방문요양은 일주일에 6일, 하루 3시간 제공되는데 그친다. 이 외의 시간은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김원일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은 "간병,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가족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며 "재가서비스를 확대하고 간병으로 인한 재난 지원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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