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평균경쟁률 10만대 1 넘긴 무순위 청약 5곳
2~5년 전 분양가로 올라와 수억원 이상 차익 기대
"줍줍 분양시장 사업장별 양극화 당분간 지속 전망"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올라온 전국 아파트 무순위(사전·사후·취소후재공급 포함) 및 임의공급 분양공고는 총 198건으로 집계된다.특히 올해 진행된 줍줍 청약에서는 평균경쟁률이 10만대 1이 넘는 단지가 5곳이나 나왔다.
지난 2월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3가구에 무려 101만3456명이 운집했고, 이외에도 올 상반기에만 ▲하남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2가구 모집에 57만7500명) ▲세종 '린 스트라우스(1가구에 43만7995명)' ▲세종 '한신더휴리저브(1가구에 24만7718명)' ▲고양 'DMC한강자이더헤리티지(2가구에 21만2201명)등에 수십만명이 몰렸다.
지난해 총 187건의 줍줍 모집공고 중 단 1곳(서울 동작구 '흑석자이')에서만 10만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줍줍 청약에 대한 대기 수요 및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나 거주 지역, 무주택 기간 등 요건을 채워야 하는 일반 분양과 달리 대부분의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 성년이라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고, 지역이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 유무 등의 자격 제한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신축 아파트 일반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반면, 줍줍 청약은 통상 2~5년 전 최초분양 당시 가격 그대로 공고가 올라와 현 시세 대비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면서 일단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말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 5월 분양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 취소분 물량 전용면적 84㎡ 1가구의 경우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통상적인 무순위 청약이 아닌, 서울 거주 무주택 세대주만 대상으로 하는 가점제로 분양됐음에도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이다.
해당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42억5000만원에 달하는데, 이번 줍줍 청약에서는 유상옵션을 포함한 분양가가 약 19억600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예상됐고, 1순위 청약에만 3만5076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하지만 모든 줍줍 청약물량이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지난해 1월부터 무순위 청약을 시작했지만,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이달 2일까지 18차례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청약 문턱이 낮다고 해서 무턱대고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 발표부터 실제 계약, 입주까지 잔금을 마련할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에 사전에 자금계획 없이 무작정 신청했다가 당첨되면 향후 청약 기회가 박탈될 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예비 청약자들이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의 선택을 하기보다는 시세대비 차익과 분양가 등을 비교해 '똑똑한 한 채'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에, 줍줍 청약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에는 공급량이 적어 당첨확률이 희소하더라도, 기입주 단지라 당첨에서 입주까지 잔금 마련 기한이 빠듯해도, 높은 실거래가로 미래 시세 차익이란 명확한 증빙이 가능한 단지 위주로만 수요가 쏠리는 청약 양극화가 줍줍 분양시장에도 여실히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에는 환금성 및 향후 매각차익의 확고한 자신감과 전매 가능·실거주 여부,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인지까지 철저히 따지는 예민하고 현명한 청약 대기 수요자가 대부분"이라며 "모든 줍줍 분양이 로또가 될 수 없는 만큼 줍줍 분양시장의 사업장별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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