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끝이 안 보이는 의정갈등…환자들 절규 안 들리나

기사등록 2024/07/05 14:07:18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필요 없고, 국민이 죽고 없으면 국가 역시 필요 없다."

지난 4일 환자단체에서 열었던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에서 한 발언자가 했던 말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가 이탈하며 의료공백이 발생한 지 벌써 5개월째이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중증응급환자들의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진료 거부, 진료 지연 등을 마주해야 환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된 국면에서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오고 있다. 의약분업, 비대면진료 등 의료계와 갈등이 있는 정책 추진 과정을 통해 의료공백은 이미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이탈하며 좌초됐던 경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의대 증원 국면에서 복지부는 초기에 상황을 낙관했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고, 한꺼번에 이탈할 가능성도 낮게 봤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00일 넘게까지, 넉 달 넘도록 의료 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상황 초기부터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며 보완해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평시 대비 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 수는 90%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비상진료체계를 보완하더라도 전공의를 돌아오게 하거나, 전공의 공백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는 "정부가 전공의 이탈을 대비해서 정말로 외국 의사를 데려오든지, 환자들을 비행기에 실어 이송하든지, 전국에 활동하지 않는 의사들을 데려오든지, 특단의 대책을 갖고 비전을 제시해서 환자들이 불안하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역시 의료공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고서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원점 재검토'만 주장할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서는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를 포함한 통일된 의견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열었지만 전공의 단체는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환자는 잘못한 거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 하는 거고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이 했던 말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장관 인사말을 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설립 목적을 보면 협회는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향상 및 사회복지에 기여하기 위해' 라고 돼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가치를 유념하고 하루빨리 의료 정상화를 이뤄 더 이상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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