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고' 이틀 지나도 피의자 진술 못받아…경찰 수사 '지지부진'

기사등록 2024/07/04 05:00:00 최종수정 2024/07/04 05:04:11

갈비뼈 다쳐 입원한 피의자…경찰, 진술 못 받아

'현장에 스키드마크 남았다' 잘못 전달하기도

서울경찰청 지원 방안도 염두…경찰 내부 "글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사고에 휘말린 BMW 차량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오후 9시2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해 BMW, 소나타 등 차량을 차례로 친 후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4.07.02.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경찰이 9명이 숨진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수사 중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뒤에도 가해차량 운전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제동장치(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을 때 남는 '스키드마크'가 사고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일선 경찰서 조사에 진척이 없자, 일각에서는 추가 수사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3일) 구체적인 일시는 밝힐 수 없으나 역주행 차량 운전자인 피의자 차모(68)씨의 조사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고 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 피의자 조사 일정을 잡은 것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차씨의) 건강 상태가 경찰 조사받기 어려울 정도로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언론에서 피의자 인터뷰가 나오다보니 경찰 조사는 못 받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인에 유리한 발언은 하고, 이런 게 국민 법감정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의사 통해서 조사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상 한계 때문에 아무래도 병원 방문조사하는게 불가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차씨는 사고 후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부상 정도가 심해 경찰 조사를 받지 못한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서는 차씨의 입장이 공개, 전파되면서 경찰 수사 속도 관련 지적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차씨는 일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100% 급발진이다.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전날 발생한 시청역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을 견인차를 통해 옮기고 있다. 2024.07.02. jhope@newsis.com


수사 중인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운전자가 차량의 '급발진'을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결정적 정보가 될 수 있는 '스키드마크'가 현장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가 엔진 오일이나 부동액, 냉각수 등 '유류물'이라고 고쳐 말한 것이다.

전날 기자단 브리핑을 진행한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마지막 정차 지점에서 스키드마크가 남아있는 것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가 1시간 뒤 "스키드마크가 아닌 유류물 흔적이다. 스키드마크가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스키드마크는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을 때 노면에 생기는 타이어 흔적을 말한다. 노면에 스키드마크가 남았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차량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이 해프닝은 조사 보고 과정이 미흡한 탓에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 과장은 "초기 경찰 현장 조사 과정에서 유류물 흔적을 보고 '스키드마크'라고 짐작했고, 가능성을 두고 수사했다. 이후 조사과정에서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유류물 흔적이라고 파악됐지만 보고가 안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현 수사 상황을 두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그 반대 견해가 동시에 나온다.

실제 서울청에서는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남대문서에 수사를 지원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수사 지원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충분히 다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 지원은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서울청 관계자는 "이 건 자체는 크게 부담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피의자도 중상이다. 경찰 조사를 받을 입장이 못 된다"고 했다.

한 일선서 관계자는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긴 했지만 개인 부주의든 차량 결함이든 둘 중의 하나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관심이 크다고 해도 일반적인 교통사고 건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지 추가적으로 (인력 등을 투입시키거나)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조사해야 하는 사람이 많으면 여러 팀이 붙을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처럼) 과학적인 부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 아닌가. 교통사고에 (인력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청 측은 '스키드마크' 발언 번복에 대해 "현장에서 스키드마크로 의심했지만 조사해보니 아니었던 것"이라며 "용어선택을 신중히 하겠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피의자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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