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투자소득세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복현 원장은 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6개 증권사 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미래, NH, 한국투자, 삼성, KB, 신한, 메리츠, 하나, 키움, 대신, 교보, 한화, 카카오, 토스 등 14개 국내 증권사와 JP모간, UBS 등 2개 외국계 증권사의 CEO들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금투세, 밸류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업계 건의 사항을 듣는 것이 주가 됐다.

CEO들은 "최근 금투세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언급하며 "보완이 된 후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또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업계에서 제기한 문제점으로는 세금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 이탈 우려, 기관 간 정보 공유 한계로 정확한 손익 계산이 곤란한 점, 원천 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 재원 감소 등이 있다.

또 다수 증권사들은 세부적인 징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보완이 사실상 곤란해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밸류업과 관련해선 "솔선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상속세·법인세·배당세 등 보다 적극적인 세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활성화를 위한 장기 보유 실효세율 감면, 공제 범위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 강화 건의도 있었다.

이복현 원장은 업계 목소리를 자본시장 감독 업무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답변하는 한편, CEO들을 향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내부통제 등과 관련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안착을 위한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을 위해선 그동안 부동산 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 영업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며 "부동산·대체자산 위주 쏠림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AI·빅데이터 등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공급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불법행위로 제재받은 임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동일 업무에 종사하는 등 안일한업계 관행으로 인해 사적이익 추구와 같은 사고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CEO들이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업계 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사고를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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