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 나더니 열댓명 쓰러져 있어 무서웠다"
가드레일 통째로 뽑히고 유리조각이 도로 뒤덮어
서울 도심 한복판 최소 9명 사망 교통사고 발생
교차로서 역주행해 차량 3대 친 후 횡단보도 덮쳐
[서울=뉴시스]홍연우 이태성 오정우 기자 = "신호등 앞에 사람이 열댓명 쓰러져 있는 걸 봤어요. 오늘 이 근처로 첫 출근을 했는데 자칫하면 제가 사고가 났을 것 같아서 심장이 너무…. 진정이 안 돼요."
1일 오후 60대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를 목격한 이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현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인 시청역 인근 교차로인 데다,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덮치며 인명피해가 커져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사고를 목격한 이들은 사고 당시 큰 소리가 났으며,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던 시민들과 충돌했다고 증언했다.
사고 당시 상황을 본 50대 이모씨는 "검은색 차가 멀리서부터 '콰콰콰쾅'하는 소리를 내며 인도에 서 있던 사람들을 다 치고 갔다"며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는 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박모(43)씨 역시 "길에서 나온 검은색 차량이 부메랑 모양으로 방향을 틀더니 역주행하더라. 길에 서 있던 열댓명이 한꺼번에 쓰러졌다"고 했다.
대형 교통사고를 접한 시민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50대 여성 B씨는 "음식을 계산하고 나왔더니 신호등 앞에 사람이 열댓명 쓰러져 있는 것을 봤다"며 "제가 이 근처로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 자칫하면 제가 다쳤을 것 같아 너무 무섭다. 진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현장을 본 또 다른 시민도 "큰 소리가 나 밖을 내다보니 난리가 났더라. 심폐소생술 한다고 사람을 눕혀놓고….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60대 운전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울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한편, 사고가 난 지 약 3시간이 지난 2일 오전 12시30분께 차도는 대체로 정리가 됐으나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구분하는 철제 가드레일이 뿌리째 뽑혀 인근 상점 유리창을 깬 채로 박혀있었다.
조각 난 유리창이 인도를 뒤덮었고, 인근 점포에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바구니와 컵 등이 도로 위를 굴러다녔다.
경찰과 소방은 사고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시민 출입 및 교통을 통제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2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해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고 다른 방향 차선에 있던 BMW, 소나타 등 차량까지 차례로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초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으나 심정지로 이송됐던 3명이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으며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
소방 당국은 오후 9시36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37대, 인원 134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대응 1단계는 사고 2시간30여분 만인 오전 0시7분께 해제됐다.
경찰은 제네시스 운전자인 남성 A(68)씨를 현장에서 검거해 우선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로 인해 아직 운전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걸로 파악됐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 진술이 가능해지는 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등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인명 구조와 치료에 전력을 다할 것을 정부에 긴급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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