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내년까지 17조 투입해 EUV 확보
삼성, 보유 EUV 40대 추정…장비 확보 속도낼 듯
"장비 대수 격차, 물량 수주 차이로 이어져"
현재 TSMC는 삼성전자보다 2배 이상 많은 EUV 장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EUV를 대대적으로 확보할 경우 자칫 EUV 공급 부족으로 양사의 EUV 확보 경쟁까지 촉발할 수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내년까지 총 65대의 EUV 장비를 ASML 측에 주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와 내년에 각각 30대, 35대를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총 구입비만 4000억 대만달러(17조원)에 달한다.
EUV 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주문을 넣고 1년 이상 기다릴 정도다. 7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는 이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네덜란드 ASML이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데 내년까지 총 125대(올해 53대·내년 72대)를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TSMC가 이 기간에 ASML이 생산하는 EUV 125대 중 65대를 가져가는 셈이다.
현재 TSMC는 EUV 장비를 100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까지 추가 구입에 나서면 165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TSMC가 보유한 EUV 장비가 이처럼 늘어날수록 2나노, 3나노 등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능력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내년 중에 2나노 공정 양산에 본격 착수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이 같은 공격적인 EUV 확보 행보가 자칫 삼성전자 장비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도 TSMC와 비슷한 시점에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기 때문에 EUV 장비 확보는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EUV 장비 보유 대수가 40~50대로 알려졌는데 이는 TSMC의 40~50%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ASML 네덜란드 본사를 찾은데 이어, 지난 4월 EUV 장비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독일 자이스를 방문하는 등 장비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주문한 EUV 대수는 단 5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TSMC의 대량 주문에 밀려 ASML과의 협상에서 뒤처지면 삼성전자 2나노 양산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1나노 공정에 쓰이는 차세대 EUV 장비 '하이-NA EUV' 도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ASML의 연간 생산 대수가 5대에 불과한 데다 가격도 5000억원에 달해 일반 EUV 장비(2500억원)대비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EUV 장비 확보에 양사가 더 몰리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의 EUV 장비 격차는 나노 공정 양산 차질은 물론 수주 격차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도 TSMC 못지 않게 EUV 확보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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