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mm 오차도 안된다"…한화에어로 美 공장 가보니[美 항공앨리를 가다③]

기사등록 2024/07/01 11:00:00 최종수정 2024/07/01 11:42:53
[체셔(미국)=뉴시스] 지난달 25일 미국 코네티컷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에서 HAU 직원이 항공엔진 부품 중 하나인 케이스(case)를 기계로 가공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체셔(미국)=뉴시스] 류인선 기자 = "프랫앤휘트니(P&W) 같은 빅3 엔진 제작사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품을 공급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항공 산업의 메카격인 코네티컷주 소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체셔 사업장은 부품 생산을 위한 기계음 소리로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였다.

체셔 사업장이 한국 언론에 사업장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 군용 엔진 부품도 생산하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 유지 차원에서 지금까지 외부인들의 사업장 방문은 철저히 금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한국 언론을 위해 민항기 엔진 부품 생산현장 일부를 전격 공개했다. 내부 직원들조차 미군 전투기에 탑재되는 엔진 부품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이 항공기 부품 생산 구역은 큰 천막으로 민항기와 전투기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첨단 기술로 엔진 케이스 제작…"품질 확신"
한국 기자들에게 허용된 생산 구역에선 특수 금속으로 '팬 허브 프레임(Fan Hun Frame·FHF)'로 불리는 케이스를 만들고 있었다. 마치 대형 버스 타이어의 휠과 비슷했는데, 회전하는 부품을 덮어 고온의 열을 견디게 해주는 부품이다.

이 케이스는 수많은 기계 가공을 거쳐 만드는데, 선반 공정(원형 물체의 내·외부를 가공하는 공정)은 거대한 기계 안에서 진행한다. 약 30시간 걸리는 공정 중 12시간이 소요되는 중요 작업이다.

먼저 케이스가 기계 안의 철 기둥에 고정되면, 특수 가공 기구가 설정된 값에 따라 밀링(Milling·절단 공정) 작업을 한다. 처음 사업장에 들어왔을 때 들렸던 엄청난 기계음도 바로 이 9대의 밀링 머신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다.

외부에서는 이 소리가 단순 기계음으로 들리겠지만, 내부에서는 특수 가공 기구와 케이스가 강하게 마찰하며 생기는 민감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소리로 통한다.

이곳에서 생산 공정 결과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24시간 풀 가동 중이었다. 공정 진행률, 공정 기계 오작동  여부, 품질 상태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서 표시됐다.

체셔 사업장의 대니얼 굴스카(Daniel Galuska) 총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일부 부품에 특화된 기술이 있고, 그것을 우리가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품질을 확신하기 때문에 가능한 자부심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미국 코네티컷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에서 HAU 직원이 항공엔진 부품 중 하나인 케이스(case)를 기계로 가공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차 0.05㎜ 미만으로 줄여 엔진 균형 맞춘다"
엔진의 공기를 압축하기 위한 일체형 블레이드 로터(IBR)로 대표되는 회전 부품은 뉴잉턴(Newington) 사업장에서 만든다.

원형 디스크에 짧은 칼날이 곡선형으로 붙어있는 형태인 일체형 블레이드 로터는 엔진 내부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공기를 압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일체형 블레이드 로터 품질에 따라 엔진 수명까지 달라지는 핵심 부품이다. 오차는 0.05㎜ 미만으로 줄여 엔진 진동이 감소하는 다이나믹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잉텀 사업장의 생산 능력은 연간 1600개로, 600만 달러를 들여 내년 중 8개 라인을 더 증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생산 능력을 2400개로 늘릴 수 있다. 뉴잉턴 사업장에서 만드는 일체형 블레이드 로터는 P&W 등 세계적인 엔진 제조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타이슨 샌드퀴스트(Tyson Sandquist) 총괄(Director)은 "우리 사업장은 매일 24시간씩 일주일 내내 운영하고 있다"며 "이 파트의 품질이 항공기 엔진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밀도와 정확도에 특히 주력한다"고 말했다.
[체셔(미국)=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에서 회전체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뉴잉턴 사업장의 전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기의 모든 부품을 생산하진 않는다. 통상 엔진에는 2만~4만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부품은 핵심 100종 부품 정도다.

하청업체 100여곳이 코네티컷주 항공엘리를 형성하는 이유도 이처럼 특정 기업이 모든 부품을 생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장들이 몰려 있는 것이다. 특히 이곳은 91번 국도를 따라 항공 엔진 기업이 밀집돼 '골목길'이라는 뜻의 엘리를 따와 '항공 엘리'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인 버크에어로스페이스는 직접 납품 비율이 2%에 그치지만, 중간 단계 업체를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공급하는 부품은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기자가 버크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는 현장에서 원형 부품 테두리를 따라 직경 2㎜ 구멍 386개를 뚫는 공정이 한창이었다. 옅은 회색 기름에 잠긴 금속을 향해 드릴처럼 생긴 부품이 연신 전기를 쏘고 있었다. 전기 신호가 작동할 때마다 작은 물보라가 끊이지 않았다.

버크에어로스페이스에선 3D 프린터를 활용해 정밀한 소형 부품도 만들었다. 금속을 깎아내던 방식에 비해 훨씬 더 정교하게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박명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팀장은 "엔진 부품은 비행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술력이 어느 업종보다 중요하다"며 "개발 단계부터 P&W에서 인정할 정도의 높은 품질 수준에 맞추다보니 내부 프로세스를 더 고강도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셔(미국)=뉴시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의 하청업체 중 한 곳인 버크에어로스페이스 전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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