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연맹, 교사 대상 실태조사 발표
"보호자가 교권침해·악성민원" 응답 50%
아이 폭행에 "선생님이 엄해서 그런 것"
'분리지도·치료' 제도 정비 목소리 높아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 19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 실태 조사'를 26일 발표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ADHD·반항장애·품행장애·틱장애·스트레스 등 심리 또는 정신건강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말한다.
설문 응답자 중 97.4%(1940명)는 최근 3년 내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인해 수업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해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93.5%(1841명)에 달했다.
수업 방해 외에도 생활지도 불응, 타인과의 갈등, 욕설 및 폭행 등이 관련 어려움으로 꼽혔다.
교사들 중 79.8%(1590명)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인해 교권침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보호자에 의해 교권침해 또는 악성민원을 경험했다고 답한 교사도 50.8%(1012명)로 절반을 넘었다.
학생의 정서 위기로 인한 문제 상황을 교사가 지도를 잘못해 생긴 일로 몰아가거나, 이를 이용해 아동학대 신고까지 하는 경우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주관식 응답에서 1학년 남학생이 교실에서 발을 굴러 소음을 내거나 교사를 때리는 등 문제 행동을 보여 보호자들과 만났으나, '(폭력을 제지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선생님이 손을 잡은 게 자극이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유치원 선생님처럼 친절하지 않고 딱딱하고 엄하게 대해 아이가 적응이 잘 안돼서 그랬을 수 있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머리카락도 뜯겼고, 손목 통증으로 병원 진료와 주사치료까지 병행했다"며 "정신과 상담 및 약물치료까지 받던 중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와서 중간에 담임직을 내려놓고 계획에 없던 육아 휴직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교사들은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어려움은 교육과 지도로 해결 가능한 범위가 아니라고 봤다.
해당 문제를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답한 교사는 97.5%(1925명), 의료 차원의 진단·치료·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한 교사는 99%(1972명)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보호자에게 전문적인 진단·치료·상담을 권유한다고 답한 교사는 61%(1214명)로 그보다 적었다.
교사들은 진단 및 치료가 강제가 아니며 학생·보호자와 관계가 악화하거나 민원·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 권유에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 문제행동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해당 학생들의 분리지도가 가능한 법제도 정비(74.6%, 1486명)와 진단·치료·상담 등 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67.9%, 1353명)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교사노조연맹은 "정서 위기학생을 전문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며, 선별된 학생을 상담 및 치료할 수 있는 외부기관 확충 및 연계도 소홀하다"며 "교육부와 국회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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