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허위 공시에 따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공시는 상장 기업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다. 하지만 제도의 구조적 맹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믿고 상장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눈 뜨고 코 베였다"라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허위 공시 사례는 코스닥 상장을 노렸던 이노그리드다. 양측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 회사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무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에 앞서 대표적 허위 공시 사례로는 파두가 존재한다. 기술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파두는 의도적으로 ‘뻥튀기 상장’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파두는 증권신고서에서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제시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실제 3분기 매출액은 3억2000만원으로 크게 미달하면서 주가는 사흘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허위 정보를 공시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갔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허위 공시에 분노한 소액주주들은 집단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허위 공시 문제는 10년 전 사례까지 소환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된 코스닥 바이오 상장사 이사였던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A씨는 유명 연예인인 배우자 B씨와 중국계 자본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등 호재성 내용으로 주가를 부양시켰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유상증자에 차입금으로 참여했지만 본인자금이라고 허위 공시한 혐의도 있다.
발행인이 제공한 정보를 근간으로 하는 공시주의를 채택한 국내 자본시장은 금융당국이 공시 내용에 대해 일일이 검증하고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거래소는 불성실공시에 대해 공시불이행과 공시번복, 공시변경일 경우 상장사에 벌점과 제재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재는 허위공시를 사전 예방하는 차원이 아닌 뒤늦은 사후 처리에 불과하다. 허위 공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때는 이미 다수의 피해자들이 생긴 후다.
최근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밸류업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허위 공시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빠진 밸류업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진정한 밸류업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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