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세상에 없던 배우 배출해야…국립청년극단 추진"

기사등록 2024/06/24 14:55:47 최종수정 2024/06/24 15:08:52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 연습실을 방문하여 교육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6.2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무대 위 한 걸음은 현실의 1000걸음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대학로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 연습실을 찾아 실무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문체부 장관이자 선배 배우로서 청년 예술인들을 격려했다.

유 장관은 청년 연극인들의 '화술' 연습을 참관한 후 "연극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우주와 같이 큰 것들을 표현하는 무대"라며 "배우가 무대에서 '저는 지금 천당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순간 그곳은 천당이 되고, 한 걸음 옆으로 뛰며 '저는 지금 지옥에 왔습니다'라고 하면 그 공간은 지옥이 된다"고 말했다. "그 한 걸음을 걷기 위해, 이런 연습실에서 수백 시간씩 투자하는 겁니다. 그 한 걸음이 쉽지 않습니다."

유 장관은 이날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연극을 대하는 태도와 호흡, 발성 등에 대한 조언을 이어갔다. 특히 "내년에는 청년교육단원을 1000명으로 확대하고, 시립, 도립기관에서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과정을 마칠 때 쯤 평가를 확실히 해 여러분들의 성과가 좋으면 국립청년극단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 연극계를 이끌던 선배들, 선생님들이 다 없어졌고, 단절돼 중간도 없다"며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지만 청년 연극인 여러분들이 스스로 그런 것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립극단이 강도 높게 혹독하게 훈련시켜 세상에 없던 배우들을 배출해달라. 단원들도 열심히 연습해 이 기간 동안 확실히 실력을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 연습실을 방문하여 교육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6.24. pak7130@newsis.com
그는 "'내가 연극을, 연기를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제가 영화도, 드라마도 하지만 무대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대는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연극은 배우 예술, 영화는 감독 예술, 드라마는 작가 예술이라고 합니다. 만들어진 연극 무대에서는 기술적 도움 없이 목소리, 표정, 몸짓으로 전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 장관은 "여러분은 창작자, 창조적 예술가가 아니라 분석적 예술가"라며 "만들어진 대본을 가지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분석하는 예술가이고, 분석을 못하면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관객과 교감할 수 없다. 흉내를 잘 내는 배우가 될 뿐"이라고 조언을 이어갔다.

그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하지 말라. 그러다보면 연기가 늘지 않는다"며 "연습은 실패하고 실수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끊임 없이 실수를 반복하며 좋은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극이 전체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는 이성, 배역에 몰입하는 감정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 연습실을 방문하여 교육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6.24. pak7130@newsis.com
호흡법과 관련해서는 "숨쉬는 것을 배우 스스로 조율하지 못하면 싸구려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호흡이 실려야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탄탄하게 힘이 실리고 먼 곳까지 간다. 들숨, 날숨, 멈춤을 끊임 없이 교차하며 연기해야 한다. '시옷', '히읗' 발음을 할 때 특히 숨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런 발음이 나오는 순간도 조율해야 한다.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끊임 없는 연습으로 저절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1980년대부터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서소문에서 한남까지 걸으면 2시간, 뛰면 1시간인데 뛰다가 걷다가 소리지르다 발성하다 호흡했다. 그곳이 내 연습실이었다"며 "요즘은 한강에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걷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조용히 한다. 그냥 되는 건 없다. 머리를 써서 되는 건 더 없다"고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배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기본입니다. 참고하고 스스로 노력하며 자신의 몸을 확장해야 합니다. 단순무식하게 연습하다보면 어느날 관객이 그걸 느낍니다. 배우의 눈에서 실제로 전기가 나가고, 몸이 괴물처럼 커지고, 공중에 몸이 뜨는 걸 느끼죠. 그걸 본 관객은 평생을 못 잊습니다. 여러분들의 찐 팬이 되는 겁니다."

문체부는 실무 경력을 쌓기 어려운 청년예술인들에게 국립단체의 무대 경험을 제공해 차세대 K-컬처 주자를 발굴하는 '국립단체 청년교육단원 육성'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9개 국립예술단체 청년교육단원 350여 명을 선발, 단체별로 다양한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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