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산재보험 도입 60년 됐는데 아직도 사각지대 있어"

기사등록 2024/06/24 14:00:00 최종수정 2024/06/24 14:26:52

양대노총, 24일 국회서 산재보험 60주년 토론회 개최

"적용범위·보상수준 한계…정부 재정적인 기여 필요해"

"노동시장 급변하는데…일하는 모든 노동자 포함돼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해 6월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교육장에서 열린 ‘산업재해보상보험 문제 해결!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촉구 기자회견’에서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6.2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올해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60년이 된 가운데, 노동계가 "아직도 산재보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재보험 60주년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노동계는 "특고(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토론회를 진행했다.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은 대부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 산재보험 등의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토론에 앞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아직도 800만명의 특고, 플랫폼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며 "앞으로의 60년은 모든 노동자의 산재보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대노총과 국회가 산재보험 적용과 보장성을 확대해 산재 노동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입법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보험 적용대상 및 보상수준 평가 및 과제' 발제를 맡은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산재보험 적용범위와 보상수준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 위원은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을 넓힌다고 해도 노동시장에서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형태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산재보험으로 재해보장을 받는 비임금근로자가 기껏해야 10% 수준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비임금근로자'는 타인에게 고용되지 않은 채 자신의 사업수단을 갖고 일하면서 소득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자영업자,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박 위원은 "수많은 비임금근로자들이 입의가입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선택지만을 갖게 돼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했다.

이에 반해 임금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보험가입 및 보험료 납부의 책임은 사업주에 있다.

박 위원은 "한 사업장에서 전일제로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한 산재보상 기준이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분절적으로 되고 있다"며 "이제는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상수준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특고종사자는 (산재보험의) 보장수준과 기준이 일반 근로자와 상이하다"며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보상의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보상수준이 적절한 지 다시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발제를 마치며 "산재보험제도가 사업주 책임보험의 성격을 벗어나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을 지니게 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급여의 적절성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재정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적용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선임차장은 "현재 한국 노동시장 내 산재 사각지대에 실질적으로 놓인 비임금노동자들까지 산재보험에 당연적용 될 수 있도록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시장의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보상수준이 타당한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실장은 "특고·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은 직종별 확대 방식이며 간병 노동자, 문화예술 노동자, 교통사고 처리 조사원 노동자를 비롯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보상수준과 관련해서도 "최저 휴업급여를 별도로 정하고 있어 소득수준이 낮고 산재보험료도 절반을 부담하면서도 최저 휴업급여는 더 낮게 보장된다"며 "불합리한 운영이고 사회보장제도의 위상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을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포괄되도록 개정하고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병훈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부 부장은 앞서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특고종사자의 보상수준과 기준이 일반 근로자와 상이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법률의 특성상 현실을 제때에 반영하기 보다는 사후 보완적 조치와 향후 예방적 관점에서 개정·시행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정, 지침 등을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또 "산재보험은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이고 이는 사회적 합의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한 합의가 있다면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