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가 앗아간 체육교사 꿈…5명 살리고 하늘로

기사등록 2024/06/24 09:38:50 최종수정 2024/06/24 09:45:40

아르바이트후 귀가 길 음주 뺑소니 사고

"몸 일부라도 다른 이 통해 살고 숨쉬길"

[서울=뉴시스]순천향대부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진 故 조병훈(22)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4.06.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체육 교사의 꿈을 키우던 중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청년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4월1일 뇌사 상태였던 故 조병훈(22)씨가 순천향대부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 3월17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 운전 차량에 치였다. 운전자는 뺑소니를 했다. 고인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고인의 아버지가 6년 전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사망한 이후 가장 역할을 해왔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용돈을 스스로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가족은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인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다시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소견과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매우 활발했다. 사교성도 뛰어났고 어려운 친구를 먼저 돕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 4단 자격을 땄고, 지역 태권도 대회에 나가 금메달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고인은 아이들에게 즐겁게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육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부천대 스포츠재활학과에 입학한 고인은 총학생회에서 문화체육국장으로 체육대회와 다양한 학교 행사를 도맡아 일할 정도로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다.

어머니 이경희 씨는 “이제 너를 만날 순 없지만, 너의 몸 일부라도 다른 사람 몸에서 살고 숨 쉬고 있는 것이니까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면서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힘들었던 기억은 다 잊고 새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22살 청년의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5명의 생명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면서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생명 나눔을 연결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도 숭고한 나눔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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