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2역 유준상·카이 압도적 몰입감…뮤지컬 '프랑켄슈타인'[리뷰]

기사등록 2024/06/24 09:51:05 최종수정 2024/06/24 09:56:38
[서율-뉴시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4.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175분간 단 한 순간의 느슨함도 허락되지 않는다. 휘몰아치는 전개와 귀를 사로 잡는 음악, 관객을 압도하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올해 10주년을 맞은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말 그대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프랑켄슈타인'은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한 괴물 간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대부분 국내 창작진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 당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 뮤지컬'에 선정되는 등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창작 뮤지컬 최초 대극장 라이선스 해외 진출과 함께 국내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무대는 다섯 번째 시즌으로 연출가 왕용범과 음악감독 이성준이 다시 호흡을 맞췄다.

극은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5년 유럽을 배경으로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친구 의사 앙리 뒤프레의 이야기를 펼친다. 어린 시절 흑사병과 화제로 부모를 잃은 빅터는 자신을 저주 받은 아이라고 여기며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생명 창조'에 몰두한다.

시간이 흘러 장성한 빅터는 전장에서 만난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와 친구가 되고 함께 실험을 계속한다. 하지만 앙리가 빅터의 살인죄를 뒤집어 쓰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빅터는 죽은 앙리를 되살려내지만 그가 이뤄낸 것은 앙리가 아닌 흉칙한 괴물에 불과했다. 급기야 앙리는 빅터를 향한 복수를 꿈꾼다.

[서율-뉴시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4.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극은 세 시간 내내 강렬함과 긴장감으로 관객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동시에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인간과 괴물은 과연 어떻게 다른지, 선과 악의 경계는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끝임없는 화두를 남긴다.

배우들의 1인 2역은 극의 핵심인 인간의 양면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유준상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빅터 역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무력하게 어머니를 잃은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장면과 가족들이 앙리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하는 장면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을 절절하게 담아낸 혼신이 객석까지 전해준다.

[서율-뉴시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4.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격투장 주인 자크 역을 연기한 2막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유준상은 보라색 장발에 중절모를 쓰고 앙상블 배우들과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다가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앙리를 고문할 때 냉혹하고 잔인한 인물로 돌변했다.

특히 앙리를 살해하고 북극에 홀로 남은 빅터가 절규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무대에서 앙리의 시신을 끌다가 넘어지고 "차라리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며 괴성을 지르는 빅터의 모습은 묘하게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카이는 뛰어난 가창력과 철저한 극 해석으로 앙리와 괴물 역을 매끈하게 소화했다. 빅터의 생명 창조 실험에 매료돼 조력자로 나서는 앙리를 무게감있게 그려내는 동시에 매혹적이고 애처로운 괴물의 모습을 섬세한 감정으로 이끌어내 짙은 여운을 안겼다.

격투장 여주인을 맡은 김지우의 변신도 눈길을 끌었다. 빅터의 유일한 가족인 누나 엘렌 역과 괴물과 까뜨린느를 조롱하는 거친 성격으로 춤과 노래,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화려하고 억척스러운 연기 절정을 보였다.  공연은 8월2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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